"앱에서 농사 짓고 실제로 작물 받고"...이커머스 '사이버 농부' 키운다

구황작물부터 과일까지 다양한 작물 재배 가능해

핀둬둬, 게이미피케이션 사례 적용해 중국 시장 안착

11번가·마켓컬리 등도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성공 거둬

 

[그래픽=아주경제DB]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른바 '사이버 농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버 농사는 고객들이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농산물을 직접 기르고 수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구마, 감자 같은 구황작물부터 귤이나 레몬 같은 과일까지 키울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다. 앱 내 기능을 통해 물을 뿌리고 비료를 주면서 키운 작물을 수확하면 다음 날 현관 앞에서 배송 받아볼 수도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쇼핑에 게임을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해 고객 집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 앱에서 작물을 키우면 보상을 실제 상품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첫 사례 기업은 '핀둬둬'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인 '테무'는 핀둬둬라는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5년 설립된 핀둬둬는 2021년 이미 구매 고객 수로 알리바바를 꺾었고, 지난해 말에는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을 넘어섰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알리익스프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핀둬둬는 알리바바, 징둥이 진출하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노렸다. 지역 농어촌 직거래를 통한 저렴한 농산물 유통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핀둬둬는 자신들의 강점인 농산물 유통을 게임에 녹여냈다. 핀둬둬는 201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그들 스스로를 '코스트코와 디즈니를 합쳐놓은 비즈니스'라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앱에서 사이버 농사를 할 수 있는 게임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앱 접속 빈도와 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사 앱에 게임을 포함하는 전략을 펼쳤다.

'둬둬과수원'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통해 소비자들은 레몬, 망고 등의 과실나무를 선택하고 사이버 과수원에서 작물을 기를 수 있다. 가상의 과실나무를 기르는 데 필요한 물과 비료는 앱 로그인이나 물건 구입, 친구 초대 등을 통해 얻을 수 있고 나무가 다 자라면 가상으로 기른 과일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 모으기에 성공했다.
 

쇼핑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11번가의 '11클로버'와 마켓컬리의 '마켓컬리팜 [사진=11번가, 마켓컬리]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한 사이버 농부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신규 서비스인 '11클로버'를 출시했다. 다양한 게임을 통해 11개의 클로버를 모두 키우면 구운 계란, 명란김 등 상품을 받을 수 있다. 11월 한 달간만 기획됐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3월까지 연장됐다.

11번가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지난 13일 기준 앱 누적 접속 횟수가 1억1500만을 넘어섰다. 참여 고객 수는 75만명을 돌파했다. 11번가 모바일앱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직전 연도보다 75%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마켓컬리도 지난해 8월 '마이컬리팜' 서비스를 출시했다. 앱 내 가상 테라스의 화분에 작물을 길러 실제 작물과 바꾸는 방식이다. 토마토·양파·아보카도 등 작물을 키우고 다 키운 작물은 실물로 집 앞에 배송된다.

마켓컬리 역시 사이버 농사로 효과를 봤다. 18일 기준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약 20만 명의 이용자가 작물을 교환했다. 같은 기간 마이컬리팜 이용자는 비이용자 대비 컬리 앱을 4배 이상 더 많이 접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며 "매일 접속시킬 유인책 덕분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어 게임을 접목한 전략이 계속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