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솟구치는 美, 유럽, 日 증시…속사정은 대형주 '그들만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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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4-03-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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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그니피센트7ㆍ사무라이7 등으로 자금 쏠림 심화

  • 불안한 경제 환경 속 안정성·성장성 겸비한 소수 종목만 수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가를 보여주는 전광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은 이날 애플 급락 등의 여파에 소폭 하락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주가를 보여주는 전광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이날 애플 주가 급락 등 여파에 소폭 하락했다.[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속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소수 대형주가 증시를 이끌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이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4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미국과 일본 증시에 비해 다소 관심도가 낮지만 유럽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범유럽권 주가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600은 지난달 2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이미 기술적 경기 침체로 들어섰고, 유럽 경제의 중심을 담당하는 독일 역시 작년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며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지만 증시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증시를 이끄는 소수 대형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M7: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구글·아마존·메타·테슬라)'로 일컬어지는 빅테크 종목들이다. 최근에는 M7 내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주도주들인 '판타스틱4(Fantastic4: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메타)' 중심으로 핵심주들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일본 증시는 반도체와 자동차주를 기반으로 한 '사무라이7(스크린홀딩스·어드반테스트·디스코·도쿄일렉트론·도요타·스바루·미쓰비시), 유럽 증시는 '그라놀라스(Granolas: 글락소스미스클라인·네슬레·ASML·로쉐·노바티스·노보 노디스크·로레알·루이비통모에헤네시·아스트라제네카·SAP·사노피)'라 일컬어지는 11개 대표주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가 지난 2년간 통화 긴축에 따른 고금리와 고물가를 비롯해 미·중 경쟁과 2개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산재함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소수 주도주들의 실적과 향후 성장 전망 등 '개인기' 영향이 크다.

대표적 예가 AI 반도체 선두 업체 엔비디아다. 2022년 말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 출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AI 열풍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주요 수혜주로 평가받는 AI 엔비디아는 지난 1년간 주가가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4일 시가총액이 2조13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AI 혁신에 실패했다는 '전 세계 랭킹 1위' 애플(시가총액 2조7740억 달러)을 추월하는 것도 가시권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핵심주 강세에 힘입어 미국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500도 지난 1년간 30% 가까이 상승했다.

또 다른 예는 '유럽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다. 2022년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연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년간 주가가 70% 이상 급등한 가운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내 최대 시가총액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는 경기 둔화에 빠진 유럽 증시를 '하드캐리'하며 신고점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결국 글로벌 증시의 주변 환경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안전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소수 대형주들로 자금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 증시는 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근접하고 있는데 이는 60년래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 글로벌 증시 수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급격히 높아진 금리와 성장 둔화 전망으로 인해 금리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자산들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매력적인 유동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성,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지닌 초대형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 흐름 전환 시기에 수혜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 상승분의 대부분이 소수 대형주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 조정 가능성과 증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대한 자금 배분이 골고루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거래일간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반면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는 연달아 20% 이상 급락세를 보이며 1년 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악몽을 일깨웠다.

따라서 세계 주요 증시가 연달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향후 경제와 증시에 대한 맹목적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공공정책 전문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로버트 커트너 공동 창립자는 "증시 급등은 종종 경제의 강력함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지금과 같은 독점력에 뿌리를 두고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며 "강세장은 때때로 경제의 부실함을 나타내는 징후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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