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쓸데있는 금융백서] 저무는 고금리시대, 다시 돌아오는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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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4-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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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연준 '매파적 동결' 지속···시장 "이르면 3월부터 금리인하 시작될 것"

  • 은행채 금리 하락 영향에 예금 금리 3%대로 '뚝'···은행에서 돈 빼는 사람들

  • 주식·코인 등 더 나은 투자 찾아 삼만리···"단기성·변동성 투자 전략 찾아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 한국은행(한은)은 기준금리를 여덟 차례 연속 동결(3.5%)했다. 1년간 동결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는 높은 물가 수준과 함께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아직 본격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금리가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 속에 시장 금리는 점차 내려서고 있다. 더욱이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자금 역시 위험자산으로 점차 무대를 옮기고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금리시대가 저물고 '머니 무브'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동결기' 지나 '인하기' 온다···앞서 떨어지는 시장 금리
한은 금통위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조정 없이 유지했다.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로, 지난 2008년 11월(4.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동결 신호는 누그러들었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는 문구가 지워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0~31일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까지 낮아진다는 확신 없이는 현재의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한 경고다. 그러나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올해 3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간으로는 총 6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선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의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은행채(5년·AAA) 금리는 지난해 10월 하순 연중 최고점(4.81%)을 찍었으나, 그 뒤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3.7~3.8%대를 기록하고 있다. 2개월여 만에 금리가 1%포인트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전날 3.4%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10월(4.3%대) 대비 1%포인트 내려선 결과다. 변동금리도 대환대출 플랫폼 등장 영향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5~3.7%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하단이 4%를 넘었지만, 현재 4% 상품을 찾기 쉽지 않다. 예금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1년·AAA) 금리가 금리인하 전망 속에 같은 기간 4.1%대에서 이달 3.6%대로 0.5%포인트 넘게 떨어진 영향이다.
 
주식·코인 찾는 사람들···곳곳서 나타나는 머니무브 징조
이렇듯 시장금리가 내려서기 시작하면서 머니무브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예컨대 5대 시중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951조3753억원을 기록했는데, 직전월인 11월에 1973조989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2조6142억원(1.15%)이 빠져나갔다. 정기예금에서만 18조744억원(2.05%)이 감소했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고스란히 요구불예금으로 몰렸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616조7480억원)은 같은 기간 18조439억원 급증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자금을 말한다.

즉 단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예적금에서는 돈이 빠지고, 언제든지 돈을 빼 쓸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돈이 몰려들었다. 향후 금리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은행에서 돈을 빼 적절한 투자처에 돈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실제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계좌(CMA) 잔액은 74조원에 육박하면서 지난 2006년 도입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CMA는 종합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돈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시중은행의 입출금 통장 금리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증시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출금해 주식 매수용으로 쓰기도 한다. 지난 2일에는 주식투자 대기 성격의 투자자예탁금도 한 달 만에 약 11조원이 늘어나 59조원을 넘어섰다. 1년 반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8시 20분 4만7647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4만7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영향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는 건 주식 거래만큼 투자가 쉬워진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상승세는 시장 내 호재가 큰 영향도 있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다. 이 총재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위험한 투자 자산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조정 단계에 있는 시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면서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뭉칫돈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연준과 한은 모두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금리인하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주식과 채권 투자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간을 짧게 두고 변동성에 초점을 둔 투자 전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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