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북] 올해 4분기 지역경제 보합세 유지…한은 "충청·호남만 소폭 개선"

한은, 2023년 12월 골든북(지역경제보고서) 발표

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4분기 지역경제가 전분기 수준을 이어간 가운데 충청과 호남권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지역경제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 민간소비 수요가 대체로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차, 이차전지 업종의 설비투자는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점쳐졌다. 

26일 한국은행은 '2023년 12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4분기 지역경제는 반도체·조선업종이 전분기에 머물면서 제조업 생산이 보합세를 나타냈고 서비스업 역시 운수, 숙박·음식점 성장과 도소매, 부동산 위축 여파로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한은이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강원권 △제주권 등 7개 권역 경제를 생산과 수요, 고용 별로 모니터링해 분석한 결과다.
 

4분기 권역별 경기 [사진=한국은행]

먼저 올 4분기 제조업 생산은 호남과 충청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권역이 일제히 보합세를 나타냈다. 호남권은 전방산업 호조와 비대면 활동에 따른 포장재 제품 수요 지속 등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충청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양산에도 불구하고 LCD 패널 가격 하락과 사업구조 전환, 반도체 재고 증가,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위축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여객 및 화물 운송수요 증가, 지역 대규모 행사 확대에도 고물가와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수준을 이어갔다. 산업 별로는 운수와 숙박·음식점이 개선된 반면 도소매, 금융·보험, 부동산 등이 수요 부진으로 뒷걸음질쳤다. 권역 별로는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감소하거나 제자리에 머물렀다.

4분기 소비도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권역 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동남권과 강원권, 제주권이 소폭 개선된 반면 수도권과 대경권은 소폭 감소했다. 충청과 호남권역은 기존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하락한 강원권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건설투자는 수도권·동남권 등이 3분기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권은 소폭 감소했다.

수출은 대부분 권역에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가격 상승 전환과 수출물량 확대 영향 속 기계·자동차·선박·디스플레이 등 수출이 늘면서 전기 대비 확대된 것이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권역별로는 특히 수도권과 동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이 수출 반등세를 기록했다"면서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기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용의 경우 10~11월 취업자수(월 평균, 전년 동기)는 31만2000명 증가하였으며, 증가폭은 3분기(26만3000명)에 비해 확대되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및 대경권의 증가폭이 확대되었으나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 및 강원의 증가폭이 축소되었고, 제주권은 감소로 전환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기상 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국제유가 하락폭 축소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모든 권역에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향후 권역별 경기도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생산은 자동차와 철강 둔화로, 서비스업 생산은 소비심리 정체로 제자리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전기차 및 이차전지 등 친환경‧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 측은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반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철강 둔화와 석유 정제 및 화학 부진으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서비스업도 운수를 제외한 도소매, 숙박·음식점,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최신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텍스트 분석 기법을 활용해 추정한 4분기 권역별 업황 전망에서는 제주권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 경기가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텍스트 업황지수는 전국 장기업황평균을 100으로 놓고 업황지수가 100보다 높을 경우 해당 지역의 업황이 전국 장기평균보다 호조인 상황을, 낮을 경우 부진한 상황을 가리킨다. 한은 측은 "7개 권역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권만 생산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나머지 6개 권역 중 강원권 업황은 전국 장기평균 수준이며 그 밖의 권역은 전국 평균 대비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