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본격적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기관들이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조정하고 나섰다. 이르면 1분기 중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주요 기관 중 연준 금리 인하 시기를 가장 늦게 예측했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내년 1분기로 전망했다. 당초 내년 4분기로 예상한 금리 인하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긴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조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초 2회로 예상했던 내년 금리 인하 횟수 역시 3월과 5월, 6월 등 총 3회로 늘렸다.
JP모건은 첫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당초 7월에서 6월로 앞당겼고, 연준이 내년 연말까지 총 125bp(1bp=0.01%)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소시에테제네랄은 연준이 5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3월 역시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외 바클레이스는 내년 첫 금리 인하 시기를 6월로 제시했지만, 만일 미국 물가지표가 지속적으로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전날 열린 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2%에 도달하고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행하면 너무 늦을 것이다. 그전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오버슈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예상 밖으로 분명한 금리 인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연준 위원들의 내년 금리 전망을 표시한 경제 전망의 점도표에서도 위원들은 평균적으로 3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던 차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전망 역시 비둘기파 쪽으로 대거 몰리는 양상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었다는 확신이 시장에 확산됐고, 이제 관건은 금리 인하 시기로 바뀐 모습이다.
연준의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FOMC 회의 이후 내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2.3%에 달하고 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40%를 밑돌았던 것에서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또한 내년 연말 기준 연준의 금리 전망치는 3.75~4.00%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동안 4.00~4.25% 혹은 4.25~4.50%가 우세했던 것에 비해 한층 낮아진 결과이다. 곧 연준의 금리 인상폭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는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을 놀라울 정도까지 인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연준 경제 전망은 연착륙 시나리오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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