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법 수장 공백과 '지연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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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12-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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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송철호·황운하 각 징역 3년 실형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도 총 3년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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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1심 선고가 지난달 29일 나왔다. 공소 제기 후 3년 10개월 만의 결론이다. 이날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은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까지 3년 10개월간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송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의원직 상실형(금고 이상)을 선고받은 황 의원의 임기도 내년 5월까지인데, 그때까지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적어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이 크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피의자들이 선거 개입으로 얻은 이익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선고를 두고 '지연된 정의'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가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만사 합의 사건에서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14개월이, 민사단독 사건은 평균 5.5개월이 소요됐다. 형사 사건 역시 합의 사건의 경우 1심 판결까지 6.8개월, 단독 사건은 5.9개월이 걸렸다.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 모두 2018년 이후 6년간 판결이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꾸준히 늘었다.

법원 안팎에서는 판사들의 법원 이탈과 승진제 폐지로 인한 동기 부여 요소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승진 요인이 없으니 후배들이 판결문을 빨리 쓰라고 재촉해도 듣지 않는다"며 "부장판사들이 직접 판결문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처분 사건의 경우 빨리 처리할 필요성이 더 크다 보니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배석판사를 수명법관으로 지정해서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국민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현직 법관들은 재판 할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재판의 충실한 심리와 좋은 재판을 위해 지금보다 300~600명 정도 법관을 더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폐지된 승진제를 부활해 법관들에게 '일 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 내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한데, 이를 앞장서서 해결할 수장인 대법원장의 자리는 두 달 넘게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새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리고 오는 5~6일 조희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여당 의원들은 사법부 수장 공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적격 후보자가 임명되는 게 우선이라며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라 법조계는 사법부 수장 공백으로 인한 재판 지연이 장기화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법언이 있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깊어지고, 뒤늦게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승소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생긴다면 이는 분명히 헌법상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정치권도, 사법부도 재판 지연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국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고, 새 수장은 비정상적인 법원 시스템 개혁에 집중해 지연된 정의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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