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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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3-11-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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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


29일 새벽 2030 월드 엑스포 개최지가 발표되었다. 2014년 부산시가 엑스포 도전을 선언한 지 9년여, 문재인 정부 시절 부산엑스포 유치를 신청한 이래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예상대로 엄청난 오일머니를 사용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되었고 이탈리아 로마를 제친 부산은 2위를 하였다. 부산이 되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우리는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3번 도전 끝에 유치하였다. 이제 다음번 성공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행사 유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빚잔치 등 과거의 망령은 없었다. 그러나 도대체 엑스포가 뭐기에 유치하려고 하나, 국내 정치용 아닌가 하는 시각은 있었다. 부산 지역 행사이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유명한 국제행사도 아닌데 온 나라가 전력투구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었다. 엑스포를 개최한다고 각종 시설 지어 놓고 또 활용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잘 되라고 하는 충고이니만큼 두고두고 명심할 말들이다.
 
엑스포는 3~4개 종류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번 부산 엑스포가 도전한 제1종 월드 엑스포(World Expos), 그리고 대전과 여수엑스포와 같은 제2종 특별 엑스포(Specialized Expos), 그리고 원예 엑스포(Horticulatural Expos)와 밀라노 건축 트리엔날레 등과 같은 전문 엑스포가 있다. 제1종 월드 엑스포는 예전에는 10년마다 열렸지만 1988년부터는 5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다. 1935년 이후 90년간 개최국(지역)은 총 11개로 유럽 5개국 6회(벨기에 2회, 프랑스 1회, 독일 1회, 스페인 1회, 이탈리아 1회), 북중미 3개국 4회(미국 2회, 카나다 1회, 아이티 1회), 아시아 2개국 3회(일본 2회, 중국 1회), 중동 1회(UAE) 등이다. 일본은 2025년에 오사카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 3회로 최다 개최국이 되고 중동은 UAE에 이어 사우디가 두 번째 개최지가 된다.
 
한국이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더라면 올림픽(1988년), 월드컵(2002년)에 이어 세계 빅3 대회를 모두 유치하는 세계 7번째 (아시아 두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에서 엑스포를 개최하였는데 월드 엑스포가 아닌 특별 엑스포(인정박람회)였고 개최되었다면 부산 엑스포 규모는 대전의 4배, 여수의 10배를 넘는다. 경제 효과도 2002년 한·일 월드컵 11조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9조원에 비해 부산 엑스포는 60조원을 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박람회 행사 후 활용도 대전·여수 엑스포에 비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공원으로 바뀌고 난 이후에도 찾는 사람이 드문 대전박람회장, 10년 이상 방치된 후 최근에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여수엑스포, 그리고 유휴시설로 남아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우리의 숙제는 남아 있다. 그러나 부산 엑스포 시설은 지역 숙원사업이던 부산 북항 재개발을 포함하여 부산 도심권 시설을 지음으로써 재활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대전·여수와 같은 인정박람회는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전시관을 건축하고 참가국에 무상 제공했지만 부산 엑스포는 등록엑스포라서 우리나라는 부지만 제공하고 건설비용 등은 참가국이 부담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훨씬 작다. 월드 엑스포가 별것 아니라면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을까. 이미 밀라노에서 월드 엑스포를 개최한 이탈리아는 이번에 로마 유치를 위해 뛰었다. 네옴프로젝트 건설, 2029년 아시안 게임, 2034 월드컵, 리브(LIV) 골프 창설, 영국 프리미어 축구단 인수 등을 통해 세계 정치 무대의 명예 세탁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도 리야드에 월드 엑스포를 유치하고자 한 것은 그만큼 엑스포가 주는 유무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에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유치를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정부와 민간의 합작이 두드러졌다. 정부 인사들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민간은 자발적으로 협력한 것이다. 지구를 495바퀴 돈 민관 유치 활동 중에서 우리 기업인들은 그 절반이 넘는 252바퀴를 돌았고 이번에 접촉한 각국 정상 566명 중 382명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맹렬한 활동에 유치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한 사우디가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1개국 정상들과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부탁하자 사우디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은 윤 대통령이 만난 정상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거는 한편 지난 11월 11일 리야드에서 아프리카 50개국을 초청해 사우디·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리야드 선언’을 공동 채택하였다. 한국이 파리 주재 엑스포(BIE) 대사들을 상대로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우디 장관 4명을 10월부터 파리에 상주시켜 로비를 하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우디는 각종 경제적·외교적 압박수단을 총동원했다. 사우디(리야드) 지지국들은 아랍 뉴스에 지지성명이 크게 보도되는 것을 원하는 반면 부산을 지지하는 나라들은 누가 알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사우디가 기분 상하면 오일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원유 공급이나 성지순례 쿼터를 줄일까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에 부산이 엑스포 최종 유치지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얻은 점들이 많다. 엑스포 유치 결정 이후 정권이 바뀌었어도 꾸준한 노력을 전개함으로써 좋은 선례를 남겼다. 평창이 그랬듯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엑스포 유치 여부를 내년 총선과 연결해 보려는 정치적 판단은 불편하다. 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부, 기업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코리아 원팀으로 힘을 보탰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두 열심히 뛰었다. 특히 공적 조직인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민간 사무국을 맡은 대한상공회의소 최태현 SK 회장과 우태희 부회장의 노고가 각별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이 엑스포 홍보를 위해 접촉한 세계 각국의 많은 인사들은 이제 우리나라는 물론 우리의 주요 기업과 상품들을 더욱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계 많은 사람들도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의 도전에 위축되기보다는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역량과 단결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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