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인류 역사와 메타버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사진=아주경제DB]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20여 개월에 걸쳐 진행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작업을 최종 마무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 정보기술(IT) 역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 달러(약 89조원)짜리 인수합병(M&A)이 20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세계 최고 기업 순위 2~3위를 오르내리는 MS가 무슨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총 예산의 14%에 달하는 거액을 쏟아부었을까.

현재 강대국들은 인공지능(AI)과 가상 세계를 통칭하는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 AI와 메타버스, 웹 3.0과 블록체인이 어우러지는 세상은 본격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통합을 알리는데, 게임은 이런 가상 세계에 개념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가장 근접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인류는 문명 태동 시기 이전부터 육체는 현실세계에 머물지만 마음은 늘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영(靈)적인 세계, 상상의 세계, 신(神)의 세계를 갈망해 왔다. 유한한 인간의 삶보다 내세에 대한 갈증이 신앙으로 승화돼 인류 삶을 지배했다.

 
이는 가상 세계, 이른바 메타버스가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과 함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집트 피라미드·캄보디아 앙코르와트·튀르키예 괴베클리 테페 같은 고대문명 신전(神殿)과 모아이 거대 석상 등에서 인류는 끝없이 영적인 가상 세계와 교류를 이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현실적으로 확인 가능하고 실재하는 존재만 믿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상 속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수행해 온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 세기에 걸쳐 대를 이어가며 거대한 피라미드를 완공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류는 가상 세계를 통해 스스로 삶의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현생의 삶에 투영시키며 끊임없이 내세(來世)에 대한 갈망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다.

인류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박 같은 게임도 창조하고 즐겨왔다. 주식이나 선물‧옵션 등 금융 투자 상품 역시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댓값이 곧바로 해당 상품의 가치로 평가되고 거래 기준이 된다. 암호화폐 역시 가상 세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법정화폐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최근 상당 기간 3만 달러(약 3900만원) 근처에서 맴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3만5000달러(약 4500만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런 가격 상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반감기 도래로 채굴량이 50% 줄어 공급량이 감소하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랙록 등 금융회사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이유도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정식 상품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는 암호화폐에 대한 많은 불신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정도로 커다란 신뢰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복사하면 점 하나까지 똑같아 원본이 어느 것인지 확인 불가했던 디지털 자산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원본 증명이 가능해지자 코드 몇 줄에 불과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인류 문명이 블록체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인간의 상상력은 오로지 인류만이 지닌 영적 존재에 대한 인지능력이며 미래를 창조해 가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 꿈과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에 가장 근접한 게임 산업이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것인데 이렇게 게임과 AI,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상호 융합되면서 메타버스 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인터넷 발전 과정에서 경험한 온라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결 비즈니스 사례를 돌아보면 앞으로 가상 세계의 디지털 자산 가치는 더욱 빠르게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에서 가치 교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법적·제도적 보완을 거쳐 어마어마한 세계 단일 통합시장도 만들어 낼 것이다.

한국(K)-팝 사례에서 보듯 수십 년 이내에 철강이나 자동차 수출보다 메타버스에서 벌어들이는 가상자산에 의한 수익이 국부(國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