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대재해법 1년 8개월,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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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입력 2023-10-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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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중대재해가 단연 뜨거운 감자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 대표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업체들의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중처법은 근로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재해 수는 2021년 12만2713명에서 2022년 13만348명으로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7600여명이 증가했다. 사망자 수도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140여명 늘었다. 중처법 시행 이후에 오히려 재해자 수와 사망자 수는 줄기는커녕 모두 증가했다. 

기대했던 법 시행에 따른 사고 예방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법 자체가 사후 처벌에만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중처법은 법을 어긴 사업장을 적발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방점을 둔 법이다.  

기업들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보다 '처벌 피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현재 중처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처벌 기준도 모호하다.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고용부가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229건으로, 이 중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뿐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11건만 실제로 기소했다. 지난 한해 동안 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최근 고용부는 추가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2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현장에서 노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저희들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처벌만을 강조하는 법 적용은 영세사업주들에게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무조건 처벌만 강화하면 산업재해가 감소할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중처법을 성급하게 제정한 게 아닐까. '처벌 수위'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했어야 한다. 품이 더 들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기업들도 안전관리를 비용이나 투자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혜린 사회부 기자
주혜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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