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사내 갑질 下] 중소기업·영세사업장 대응여력 부족…"정부가 빈틈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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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10-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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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전문가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각 전문가]
전문가들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현재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조사·조치 의무를 지는데 중소기업·영세사업자는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 노동위원회 지원 등 제도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호 필요성 높지만···현행법상 '일괄 적용'엔 한계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인격권 침해라는 점에서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라 보호에 차등을 둘 문제는 아니다"며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대응이 더 힘들다"며 "보호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법을 유지한 채 적용 대상만 확대하면 영세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 교수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조사·조치 의무는 대규모 사업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돼 있다"며 "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이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령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확인했을 때 행위자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무 장소를 변경하기 어렵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어렵고 조사·조치 의무를 누가 져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보호 대상이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힘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용자가 대응하되 정부 지원 중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250인 미만 사업장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사·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 부족과 금전적 문제 등으로 괴롭힘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조사·조치하기 위한 사용자 의지가 부족하거나 의지가 있더라도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게 되면 사건 해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피해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행위자를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하면 조사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도 사용자가 나서야 직장 내 괴롭힘을 원활히 해결하고, 당사자 모두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엄밀히 말해 폭행·폭언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 근로자 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가 갈등 해결과 바람직한 업무 환경 조성을 이끌어야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좋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 조사 여력에 한계가 있을 때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 간 화해를 끌어내기 위해 지원을 하거나 산업별 노동조합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장 밖에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도 "공적 기관이 개입하거나 공인노무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는 등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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