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은 대기업 중 12곳이 3년 연속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은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한계기업의 여신잔액(대출 잔액)도 10조원을 넘기는 등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지원을 받은 대기업 중 12곳이 지난해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한계기업 숫자는 2018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곳에서 2019년 7개, 2020년 12개, 2021년 10개, 2022년 12개로 늘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잠재적 부실위험을 가진 기업을 뜻한다.
한계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부진함에 여신잔액 역시 늘었다. 여신잔액은 대출받은 금액 중에서 현재 남아있는 '대출 잔액'을 뜻한다. 한계기업의 여신잔액은 2018년 2조 8406억원에서 2019년에는 5조 2033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2020년까지 8조 7097억원으로 폭등하다가 2021년 4조 3725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8조 6819억원으로 다시 올랐다.
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여신잔액은 최근 5년 사이 감소세를 보였다. 중견기업의 여신잔액은 2018년 2조 1618억원에서 2022년 1조 2340억원으로 감소했고, 중소기업의 여신잔액은 2018년 2357억원에서 지난해 1657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한계기업의 여신잔액은 중견·중소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었다. 대기업 한계기업의 여신잔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체 한계기업의 여신잔액은 2018년 5조2381억원에서 지난해 10조 81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2018년 2110억원에서 2022년 1조 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도말 기준 총 고정이하여신의 대기업 비중 역시 늘어났는데, 2018년 14%에서 지난해에는 92%로 크게 뛰었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구조 ‘적신호’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기업 대출은 124.1%다. 외환위기(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99.6%) 때보다 높은 수치다.
한 의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융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며 대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지원 규모가 큰 만큼 수출입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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