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성희롱 신고 급증하는데…시정제도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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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10-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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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A씨는 상사로부터 바람피운 이야기를 듣는 등 직장내성희롱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회사에 피해사실을 신고했지만, A씨에 대한 직접 조사는 없었다. 회사는 가해자 조사 후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후 A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서 이동을 강요받고 있다.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는 회사가 성희롱 피해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한정해, A씨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한 구제도 어렵다.

최근 직장내성희롱 신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는 신청건수가 현저히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내성희롱 발생시 사업주가 피해 사실 조사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시정제도는 사업주가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도입됐는데…신청 건수 39건 그쳐
3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노동위 '직장내성희롱 피해근로자에 대한 조치 의무 위반 및 불리한 처우에 대한 시정제도(이하 시정제도)' 신청 건수는 도입 이후 39건에 그쳤다. 시정제도가 지난해 5월 도입됐음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직장내성희롱 신고는 지난해 1586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신고 접수 건수(994건)보다 1.5배 증가한 수치다. 직장내성희롱 피해 발생시 근로자 대부분이 노동위보다 노동청 문을 먼저 두드리는 것이다.

시정제도는 사업주가 차별을 적극 시정하고 근로자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피해 근로자는 사업주가 직장내성희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제도 신청이 가능하다. 노동위는 신청 접수 후 60일 이내에 차별시정위원회 심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심문회의 이후 판정회의가 열리며 차별 인정시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한다.
제도 신청 대상 한정적인 탓
노동청과 노동위 차이를 감안해도 시정제도 신청 대상이 한정적이라 신청 건수가 적다는 분석이다. 직장내성희롱 피해사실을 직접 조사하는 노동청과 달리 노동위는 사업주에 사건 관련 시정명령을 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처벌을 위해 직장내성희롱 관련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사업주 조치를 바로잡는 것이 제도 도입 목적이다.

다만 사업주가 '직장내성희롱을 확인한 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피해근로자가 시정제도 신청이 가능하다. 직장내성희롱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는 노동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직장내성희롱 발생시 사업주에 조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피해근로자가 사업주에 직장내성희롱 사실을 신고해도 조사에 소홀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신청 대상에서 배제된다. 가령 성희롱 사건 발생 후 사업주가 해당 건을 조사하지 않아도 피해근로자는 제도 신청이 어렵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재 근로자가 직장내성희롱 피해를 사업주에 신고했는데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가 직장내성희롱 조사를 게을리하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부분, 또 피해 사실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신청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좋은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정신청이 저조한 사유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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