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보험급여 제한 예외 규정이 없어 한 번이라도 체납하면 급여 지급을 중단하도록 정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국민건강보험법 109조 10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법 109조 10항(이하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하면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체납 횟수가 6회 이상인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별도의 급여 제한 사실을 문서로 통지한 뒤 급여 지급을 중단한다. 다만 공단의 승인을 받으면 분할 납부도 가능하고 체불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내 완납하면 급여 제한 기간에 행해진 진료에 대해서도 소급해 보험 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둔 예외 조항을 내국인에게만 적용한다. 이에 고려인 동포 A씨는 2019년 이 같은 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외국인에 대해 보험급여 제한 기준을 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징수가 어렵고 보험료 납부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내국인에 비해 쉽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합리적인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유 없이 외국인인 청구인들을 내국인 등과 달리 취급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보험급여제한 조항은 아무런 예외 없이 보험급여를 제한해 경제적 사유로 평균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불측의 질병·사고 발생 시 건강에 대한 치명적 위험성에 더해 가족 전체의 생계가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급여 제한 조건을 적용하고 예외 조항을 마련한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며 "보험재정의 건전화라는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저소득층 외국인 가입자에게 최소 필수적인 치료에 한해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등 양자 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2025년 6월 30일까지 심판대상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심판대상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해당 법의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는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