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가 늘어나는 빚 때문에 허덕이고 있다면 산업계는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의 양대 축인 가계와 기업이 동시에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소재 한계기업은 3903곳으로 분석 대상 외감기업(2만5135개) 가운데 15.5%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14.9%)과 비교해 그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특히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총 903개로 집계됐다. 한계기업 10곳 중 2곳 이상(23.1%)이 장기간 한계기업 상태를 유지하며 '좀비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3년 연속 1을 밑돌아 그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 상태'가 3년간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한계기업 분류 상태가 5년 이상 연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는 총 50조원으로 추산됐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 장기화도 국내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국 수출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3곳 중 1곳(32.4%)이 '중국 경기 상황이 매출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향후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10곳 중 8개 기업(79%)이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한은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중국 경기 부진과 대중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중 수출기업 수익성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 대출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신용(기업대출) 규모는 124.1%로 전 분기(123.0%)보다 상승했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와 코로나19 금융 지원 등 영향으로 외환위기(113.6%) 수준을 넘어섰다. 기업신용 증가세는 전 분기에 이어 둔화(9.5%→7.7%, 전년 동기 대비)됐지만 기업 재무건전성은 주요 업종 업황 부진 속에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기·전자 등 주요 업종 업황 부진 등에 따라 둔화됐고 유동성과 안정성도 다소 저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신용이 비생산적 부문에 과도하게 유입되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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