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으로 올해(11조1839억원)보다 2695억원 줄어든 10조9144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급여 예산이 조기 소진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실업급여로 총 7조8820억원 사용됐는데 8월에만 1조481억원이 지급됐다.
만일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매월 1조원이 넘는 실업급여가 지급될 경우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실업급여 예산 집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현재까지는 예산이 많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고용시장 내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초단시간 근로자들의 실업급여액은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하루에 3시간 이하만 일해도 4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지급했던 실업급여를 실제 근로시간으로 계산해 지급할 방침이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월급보다 실업급여를 더 받는 역전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럴 경우 초단시간 근로자가 비자발적 이유로 퇴직한 뒤 손에 쥐게 되는 실업급여가 크게 줄어 생활고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 지급 체계를 손보더라도 정부의 '약자 복지' 기조에 부합하도록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초단기간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원론적으로 실업급여를 시간에 비례해 주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단시간 근로자의 노동·사회권을 시간 비례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다만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에서 (실업급여) 제도를 바꿨을 때 직접적인 영향을 입는 사람들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의 삶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