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파생결합증권 발행량이 전년 대비 4조원가량 늘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증권사의 수요가 많았던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파생결합증권(ELS·DLS·ELB·DLB) 발행량은 지난달까지 39조7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5조7844억원)보다 3조9924억원(11.16%) 늘어난 규모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4조2383억원 △2월 5조5803억원 △3월 5조904억원 △4월 5조7817억원 △5월 4조9383억원 △6월 5조6021억원 △7월 4조3535억원 △8월 4조1922억원 등이었으며 6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원금비보장형 ELS·DLS와 원금보장형인 파생결합사채 ELB·DLB 등으로 나뉜다. ELS와 ELB는 개별종목 또는 주가와 연계하는 반면 DLS와 DLB는 실물자산(금·원유 등), 이자율, 통화(환율)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파생결합증권 발행량은 ELS·DLS가 22조6759억원으로 ELB·DLB(17조1009억원)보다 비교적 많았다.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556.27을 기록하며 연초(2225.67) 대비 14.85% 올랐다. 이차전지 종목이 주도했던 코스닥시장도 같은 기간 38.26% 급등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증시도 상반기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기조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도 글로벌 금리 기조에 따라 발행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기업어음(CP) 금리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증권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활로를 파생결합증권에서 찾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에도 ELB를 중심으로 20조원 넘는 파생결합증권이 발행됐다. 당시 고금리에 따른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기업어음(CP)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던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ELB는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한도가 없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발행을 결정할 수 있다.
올해 역시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요원한 가운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큰 초대형 투자은행(IB)들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교적 규제 수위가 낮은 파생결합증권을 택할 수도 있다.
다만 고금리 파생결합증권이 발행될수록 증권사 이자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역마진 우려가 높아져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자본시장 자금이 증권사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면서 고금리를 앞세울수록 역마진 우려는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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