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완다 이어 비구이위안까지…바람 잘 날 없는 中 부동산ㆍ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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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3-08-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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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헝다, 완다에 이어 비구이위안(벽계원, 영문 이름: 컨트리가든)까지. 최근 2년간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 우려가 연달아 불거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좀처럼 바람 잘 날이 없는 가운데, 이는 곧 중국 경제 전체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2종의 달러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디폴트 우려가 본격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10일 비구이위안은 공시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 약 450억~550억 위안(약 8조2700억~10조1100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작년 상반기에 약 19억 위안의 이익을 기록했던 것에서 적자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이어 7월 계약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70%가량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손실 전망에 대해 "주된 이유는 중국 부동산업계 매출 감소에 따른 부동산 사업의 매출 총이익률 하락과 부동산 프로젝트 차질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판매 및 재융자 환경의 악화로 당사의 가용 가능한 자금이 계속 감소했고, 이는 단계적인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구이위안(02007.HK) 주가는 11일 홍콩증시에서 5.77% 급락한 0.98홍콩달러(약 167원)에 마감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홍콩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비구이위안 주가는 지난 1주간 31% 이상 급락했다. 또한 올해 1월 고점 대비로는 70%가량 하락한 가운데 홍콩증시 주식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500억 달러(약 67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 역시 현재는 33억 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비구이위안의 많은 외채 역시 부채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비구이위안은 작년 말 기준 1.4조 위안(약 2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데, 현재 외채 규모는 99억 달러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이는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 중 부도업체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외채 규모이다.

위안화 환율은 작년 2월 달러당 6.3위안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7.2위안 가까이 오른 상태이다. 작년 초 이후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와 함께 중국 수출 부진 등이 어우러져 환율 상승을 낳았고, 이는 결국 외채 상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유동성 위험이 커진 점을 근거로 컨트리가든의 신용등급을 기존 'B1'에서 'Caa1'(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으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11일 중국 감독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부동산 시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비구이위안을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과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中 부동산, 나아가 경제 전체로 확산 우려  
비구이위안은 곧 대대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비구이위안의 양후이옌 회장과 모빈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성명을 내고, 비구이위안이 "넘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판매, 자산시장 접촉, 주주 지원 동원 등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황, 위안화 환율 상승 등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마저 경영난에 처했다면 중소형사를 비롯한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상황 역시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달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그룹 역시 달러채 상환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고, 다른 업체들의 부채 문제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는 비구이위안을 넘어 민영 부동산업체들에 대한 우려로 확산할 수 있고, 다시 중국 부동산업계 전체의 문제로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 약 5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업계의 문제는 곧 중국 경제 전체의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실제로 11일 중국증시는 부동산 우려 여파에 2% 이상 급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업체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발생 시 그 여파는 2021년 9월 시작된 헝다 사태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지적했다. 이들은 "비구이위안은 헝다의 4배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비구이위안에 어떠한 디폴트라도 발생한다면 중국 부동산 시장 심리에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재무상태가 양호한 민영 개발업체들에 대한 매수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는 "비구이위안의 실적 경고는 시장에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재고 차질과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는 국영업체들을 포함해 다른 개발업체들에 부정적"이라고 평했다. 무디스 역시 이번 비구이위안 사태가 "앞으로 시장 심리를 약화시키고, 중국 부동산 섹터 회복을 늦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러한 총체적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만, 최근의 예를 볼 때 개입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가능한 한 직접적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중국 최고위 정책결정기관인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부문에 대한 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규모 조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뭔가 결정적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부동산, 나아가 중국 경제 전체적으로 회복 국면을 맞기는 어려워 보인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자오펑싱 중국 담당 선임전략가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부동산 섹터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라며 "현재로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추락이 둔화될 조짐이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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