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일상화 된 기후변화…제대로 된 대책 마련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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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3-07-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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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교수
[임병식 교수]



기후변화가 일상이 됐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게 아니다. 폭염과 폭우, 산불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대륙마다 극명하다. 미국 서부와 멕시코, 유럽, 중국은 불구덩이 속이다. 멕시코에서는 폭염으로 100명 넘게 숨졌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기후변화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국 남동부는 펄펄 끓고 북동부는 물난리다. 15일 네바다 주 한낮 기온은 50도를 넘겼고, 펜실베이니아와 버몬트 주에는 큰 비가 쏟아졌다. 벅스카운티에서는 집중호우로 차량이 침수돼 5명이 숨졌다. 버몬트 주는 2개월 동안 내릴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한 주 집중호우는 남부와 중부를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렸다. 정부는 사상 첫 ‘극한 호우’ 경보를 발령했다. 일주일 남짓 비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18일 기준 사망·실종자만 50명이다. 2011년 78명 이후 12년 만에 최고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다. 이상기후는 인류가 초래했다. 기원후 지난 1800년 동안 인류는 대략 5배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200년 동안은 100배 성장했다. 경이적인 성장은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변형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뒤따랐다. 석탄과 석유를 태우는 산업화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공기 중에 농축된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데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온실효과는 크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는 1.2도 상승했다. 1.2도 때문에 매년 폭염과 폭우를 겪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5도까지는 8년 밖에 남지 않았다. 빙하는 빠르게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영구 동토층은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팬데믹 질병도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 이상기온이 아니라 기이하다. 기후과학자들은 ‘글로벌 위어딩(기후 괴이화‧weirding)’로 부르기 시작했다.

캐서린 헤이호는 <지구 책>에서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라기보다 지구 괴이화다”라고 했다. 인류는 괴이하다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2003년 서유럽은 평년을 10도 이상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7만명이 숨졌다. 포르투갈은 산불로 10%에 해당하는 숲이 잿더미가 됐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49.6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일 일본 남서부 지역은 역대 최대 폭우가 쏟아졌다. 후쿠오카 현 남부 구루메(久留米)는 하루 동안 402.5㎜가 내려 9명이 숨졌다. 13∼15일 사흘간 전북 군산은 평균 500mm, 어청도에는 712.4㎜가 내렸다. '극한 호우'로도 부족하다.

극한 호우는 시간당 50㎜, 3시간에 90㎜ 이상 퍼붓는 비다. 최근 25년(1998~2022년) 동안 419차례 있었다. 과거 25년(225건)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서울 강남 한복판을 비롯해 서울지역에 내린 비도 극한 호우에 속한다. 극한 호우는 전 지구적이며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일본 아키타 현도 15~16일 관측 이래 가장 많은 415.5㎜를 기록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미국 애리조나 주는 48도 폭염에 휩싸였다. 이탈리아와 튀르키예도 역대 최고기온(2021년 48.8도)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한다.

물 관리와 재해예방 대책 수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에 맞서 자연과 생태를 우선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과잉생산, 과잉소비를 계속하는 건 멸망으로 가는 길이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자전거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극복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들도 정쟁에 골몰하는 정당 대신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는 정당에 표를 행사해야 한다. 독일에서 녹색당은 유력한 제2정당이다. 연정을 통해 집권 경험이 있고 다음 총선에서는 제1당을 무난히 예상하고 있다. 또 EU는 2016년부터 탄소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발 빠른 기후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하다.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한 소비는 기후변화를 불렀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독일 학생들은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독일어로 '비행기'와 '부끄러움'을 합성한 ‘플룩샴(Flugscham)'을 입에 올리며 비행기 대신 자전거와 걷는 여행을 선택한다. 특정한 정책에서는 맞서는 미국 정치권도 기후변화 정책에서만큼은 이견이 없다. 최근 AP통신 여론조사 결과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은 낙태와 총기정책을 놓고 극명하게 맞섰지만 기후변화 정책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56%)과 공화당(54%) 모두 절반 이상 찬성했다. 기후정책은 진영을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정쟁 중단을 외치고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다는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귀국하자마자 재난 실상을 점검하고 현장으로 갔다. 재난을 정쟁 소재로 삼는 정치는 사려 깊지 못하다. 정쟁 중단만으로는 안 된다. 관성적인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상이 된 기이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자연과 생태는 미래세대 생존과 직결됐다.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당장 기후변화 대처 행동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새만금 갯벌 복원 필요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라도 관람하길 권한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6월 지구 지표면 대기 온도가 평년(1991~2020년)보다 0.5도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던 2019년 6월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해양 역시 역대 6월 중 가장 높은 해수면 온도를 기록했다. 남극 해빙은 평년보다 17%가량 감소하면서 6월 들어 가장 적은 면적을 보였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0으로 해도 1.5도를 지키는 건 어렵다고 한다. 1.5도까지는 8년 밖에 남지 않았으며, 그나마 확률은 68%다.

우리가 있는 밀실에 독가스가 차오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모두가 절멸할 위기에 놓여 있는데 소모적인 정쟁을 반복하는 건 어리석다.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2050 거주불능 지구’는 현실이 된다. 정부와 기업, 가정 모두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절멸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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