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더 지능화된 중고차시장 탈세…"과소신고는 기본, 해산법인 악용해 소득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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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장하은 기자
입력 2023-05-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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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단지에서 실제 매매계약시 작성한 자동차매매계약서. 확인 결과 해당 계약서상에 명시된 법인명과 딜러의 소속 법인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법인 모두 청산종결 또는 해산 간주 상태로 드러났다. [사진=제보자]

고가의 수입차를 취급하는 중고차매매단지의 거래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금탈루 행태가 점점 더 지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현직 딜러들의 폭로가 나왔다.

24일 본지가 접촉한 전·현직 중고차딜러들은 당국의 적극적 단속으로 겉보기에는 과거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고차 매매과정을 들여다보면 탈세 수법은 더 치밀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금 흐름을 감추고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현직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과 꾸준한 단속으로 겉보기에는 과거보다 탈세 관행이 다소 개선됐다”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국가 감시망을 피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고백했다.

아주경제는 전·현직 중고차 딜러들로부터 매매 과정에서 벌어지는 탈세 실태와 방법을 들어봤다.

◇ 3년 전 청산 법인 앞세워 중고차 계약…“딜러 소속과 매매계약서 법인명이 달라”

지난해까지 서울의 대형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수입차 판매 딜러로 일했다는 A씨는 상사의 딜러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온갖 탈세 방법을 동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세 사례로 기자에게 실제 거래가 완료된 중고차매매계약서 여러 장을 보여줬다. 포르쉐911터보를 판매한 계약서에는 판매대금 약 3억4000만원, 계약일은 2022년 2월이라 명시돼 있었다.

이상한 점은 계약서상 법인명과 A씨의 딜러증에 명시된 상사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딜러는 ㄱ상사 소속이지만, 고객과 실제 체결한 계약서의 법인도장에는 ㄴ상사로 표시돼 있었다.

A씨는 “딜러증에는 ㄱ상사 소속인데, 계약서는 ㄴ상사 도장을 찍었고, 실제 영업활동은 다른 층에 있는 ㄷ상사에서 이뤄졌다”며 “자금 흐름을 감추고,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꼼수”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A씨 소속 법인과 계약서에 명시된 법인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소속 법인인 ㄱ상사는 이미 지난 2020년 12월 해산간주 상태였고 매매계약서의 ㄴ법인은 2019년 1월 청산종결 간주된 상태였다. 법인은 5년간 회사에 대해 관청에 어떠한 등기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산간주 상태가 된다. 해산간주 상태에서 3년 더 아무런 조치를 안하면 직권으로 청산종결 상태가 된다. 

해당 상사에서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은 이미 청산된 법인과 계약을 맺은 셈으로 일종의 사기 계약이다. 딜러가 청산된 법인과 맺은 매출을 제대로 소득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할리도 만무해 보였다.

A씨는 “대표는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3년마다 법인을 재설립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탈세를 위한 목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 “과거보다 개선됐다지만…다운계약·과소신고 만연”

중고차딜러로 10여년간 일하고 있다는 B씨는 “과거보단 탈세 관행이 개선됐고 모든 딜러가 편법을 저지른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과소신고와 다운계약 수법은 여전히 만연돼 있다”고 고백했다. 

B씨는 “대부분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지는데 1000만원짜리 차량을 판매하면 900만원만 신고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은 거래 이력이 남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장부에도 정상적 거래처럼 금액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5년차 중고차 딜러 C씨도 차량가격에 따라 백만원에서 최고 수천만원까지 다운계약을 맺는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슈퍼카 매매의 경우 수천만원까지 다운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목격했다”며 “판매자는 소득세를 덜 신고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이전 등록비를 아낄 수 있어 고객과 판매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B씨는 위탁거래의 알선수수료 미신고 역시 중고차시장에서 보편화된 탈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탁차량을 판매할 경우 전 차주로부터 알선수수료를 받는데, 이 같은 수수료는 공식거래를 했어도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 “고가 수입차 95% 현금거래…현금영수증은 NO”

딜러들은 고가 수입차 매매시 대부분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을 사용하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C씨는 “고가 수입차 거래는 95% 이상 현금으로 이뤄진다”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도 “슈퍼카 매매계약시 수억원의 현금 다발을 들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현금은 카드 거래와 달리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데다, 거래를 숨기기 위해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거래 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 자금추적을 피하는 방법…마이너스통장·평생계좌 활용

딜러들은 억대 현금 거래 후 자금 흐름을 감추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귀띔했다. 

A씨는 “제가 근무했던 상사는 1억원씩 두개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자금세탁에 이용했다”고 폭로했다. 차량을 현금으로 판매한 후 마이너스 통장 계좌에 매매대금을 넣으면 외견상 대출이 상환되는 것처럼 보여져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거래 계좌로 보이는 계좌를 따로 개설해 일정 거래를 꾸준히 발생시킨다고도 했다.

그는 “흔히 편의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010으로 시작되는 평생계좌를 주거래 통장으로 위장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 계좌에 일정 규모의 지출을 계속 발생시켜 주거래 통장처럼 보이게 둔갑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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