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韓 반도체 투자의 '탄소 딜레마'?…무탄소 에너지 제도, 정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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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3-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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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RE100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탄소중립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한정돼 있어 지금 생산시설도 재생에너지로 온전히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총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바꾼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은 속속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선언을 하며 가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국내 기업 31개사가 가입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RE100은 단순 재생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얽히고설킨 공급망에 따라 이제는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 됐다. 해외 협력사나 고객사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저탄소 등 친환경 요구를 점차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본거지로 삼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탄소중립에 따른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대한 반도체 투자는 지속 이뤄지는 데 반해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 또한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짓지만, 정작 이를 감당할 재생에너지 발전은 없다는 것이다.
 
2027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전력량 급증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또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4개 반도체 팹(공장)을 짓고 있다. 결국 현 재생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계속 지적돼 왔다. 그런데도 RE100을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방안은 뚜렷이 대두되지 않고 있다. 이미 2021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만3096기가와트시(GWh)로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상위 10개 기업의 사용량보다 적다.
 
당장에 생존 문제를 논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는 확연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만 해도 점점 가격이 높아지고 있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할수록 더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 이는 충분히 반도체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조차 아직 명확한 친환경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로 스코프3 때문이다. 이는 협력사 등 공급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산출하는 기준이다. 지난해 ‘신 환경경영전략’ 발표에서도 스코프3에 대한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향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가장 시급한 건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이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출범식을 연 ‘무탄소 에너지(CFE) 포럼’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출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CF100을 포함해 제도도 구상해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논의를 해보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7월 정도면 포럼 내부 정비를 마치고, 월 1회 혹은 소그룹은 수시로 얘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위장 환경주의를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친환경인 척하는 기업에 대해 그린워싱 주의보를 내렸다. 다만 기업의 의도하지 않은 그린워싱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시작인 CFE 포럼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해야 하는 친환경 제도를 만드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김수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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