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코리아 챔피언십서 느끼는 스코틀랜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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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동훈 기자
입력 2023-04-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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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내려앉은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안개가 내려앉은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사진=KPGA·민수용]

코리아 챔피언십 3라운드. 스코틀랜드의 그란트 포레스트와 옥태훈이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1번 홀 티잉 구역에 올랐다. 스코틀랜드 국기를 두른 한 갤러리가 포레스트를 응원한다. 티샷과 함께 선수들이 페어웨이로 향한다. 갤러리도 카트 도로 위를 걷는다.

강풍이 이들을 덮친다. 모두의 옷이 펄럭인다. 스코틀랜드 국기도 펄럭인다. 비니를 쓴 한 여성은 벗겨질까 움켜쥐기 바쁘다. 눈을 뜨기도 힘들다. 스코틀랜드 갤러리가 고개를 숙인 채 한쪽 눈을 감고 찡긋 웃는다. "우라질(Bloody Hell), 고향 날씨네."

10년 만에 DP 월드(전 유러피언) 투어가 돌아왔다. 경기가 무르익을수록 날씨도 유럽으로 바뀌고 있다. 마치 '골프의 본고장'인 영국 스코틀랜드 같다.

이날(29일) 오전에는 비바람이 불었다. 선수들은 두꺼운 모자와 방풍 옷으로 무장했다. 비가 그치면서 해가 쏟아졌다. 따듯했다. 두꺼운 옷을 벗으니 해가 사라지고, 강풍이 불었다. 이른 오전 웨더맨이 "잘 모르겠다. 일단 바람이 심해"라고 말한 의도를 알았다. '스코틀랜드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대회장(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도 스코틀랜드의 향기를 내뿜는다. 하일랜드 코스로 변모했다. 코스는 날것에 가깝다. 그린은 딱딱해 런이 많다. 러프 잔디는 듬성듬성 자라지 않았다. 프리퍼드 라이가 선언됐지만,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벙커도 정형과 규격을 벗어났다.

7번 홀에서 만난 이우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운영국장은 "코스에서 유럽(DP 월드 투어)의 향기가 난다. 깃대 위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까다롭다. 이 바람에 저 깃대 위치면 점수 줄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회 시작 전 "한국 선수 수준이 높아졌다. 기회가 있다"고 말한 박상현은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고 있다. 선두 경쟁 중이다. 영리하게 코스를 조리한다. 야닉 폴은 비거리로 윽박지르다가 수렁에 빠졌다. 잠시 정신을 놓으면 스코틀랜드에서 선전하는 박상현이다.

DP 월드 투어는 "기상악화로 2시간 중단됐다. 해가 질 때까지 경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금일 인천의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21분이다. 디 오픈 챔피언십 매 라운드처럼 땅거미가 가득 찰 때까지 채를 휘두르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골프 팬이라면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30일 대회장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스코틀랜드를 송도에서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송도까지는 1시간, 서울에서 영국까지는 12시간을 꼬박 날아가야 한다.

아빠와 뛰어놀던 한 아이가 스코틀랜드 로버트 매킨타이어의 타구음을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아빠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 같아. 슝~." '미사일 소리를 들어봤을까' 의문이 들다가도 '맞아, 한국에서 듣기 힘든 소리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풍에 비니를 쓰고 라운드 중인 선수.

강풍에 비니를 쓰고 라운드 중인 선수. [사진=KPGA·민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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