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배당금 훼손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가능성도 발생하면서 주가가 이중으로 짓눌리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리 상승이 종료 구간에 접어들었고 프라임 오피스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며 선별적으로 리츠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NYSE 아르카에 따르면 뱅가드리츠ETF(VNQ)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3.03달러(3.74%) 내린 78.0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발생 직전이었던 지난 8일 대비로는 7.46달러(8.72%) 급락한 수치다. VNQ는 시가총액이 232억 달러(한화 약 29조7179억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리츠 ETF로 미국 리츠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지수 부진은 오피스 리츠가 야기했다. 주요 자산이 상업용 오피스로 구성된 알렉산드리아리츠(ARE)는 같은 기간 144.33달러에서 117.08달러로 27.25달러(18.88%) 급락했다. 이밖에도 BXP(-22.16%)와 KRC(-19.23%), CUZ(-20.50%) 등 시가총액 상위권 오피스 리츠 대부분이 20% 내외의 하락을 기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절대금리 부담도 있지만 지방은행이 부동산 대출을 많이 담당한 상황에서 SVB 사태가 발생했다"며 "당분간 부동산과 리츠 가격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리츠도 부진한 모양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리츠TOP10 지수는 지난 8일 854.72에서 22일 831.04로 23.68포인트(2.77%) 하락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FnGuide K리츠 지수도 807.72에서 783.75로 23.97포인트(2.97%) 하락 마감했다.
국내에서 상장리츠를 운용하는 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는 "리파이낸싱(재융자) 우려가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SVB사태가 터졌다"며 "자금조달 정상화 이전에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되면서 리츠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다.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보니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지금이 리츠 매수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리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어서 우량 자산 위주로 구성된 리츠는 수요 둔화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진단됐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를 제외하고 상황을 분석하면 조달 금리 급등으로 인한 주당 배당금 훼손 가능성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리츠들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 금리를 보면 자금조달 부담은 줄어드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프라임급 오피스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산시장 불안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리파이낸싱을 완료했거나 만기가 늦게 돌아오는 우량 오피스 리츠는 매수를 고려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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