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상선→현대상선→HMM···구조조정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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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03-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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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민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HMM은 출범 20년도 안 돼 세계 10위권에 올랐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와 업황 악화로 쇠락의 길에 빠지는 등 많은 부침을 겪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으며 ​국내 유일 국적선사로 명맥을 이어 온 HMM이기에 새 주인 찾기에 많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20.7%, 해양진흥공사가 20%다. 이들 기관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매각 대상과 방식, 가격,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2016년 현대그룹으로부터 HMM을 넘겨받은 지 7년 만에 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수년간의 체질 개선을 거쳐 정상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HMM에 투입된 금액만 3조원이 넘는다. 공적자금 수혈 끝에 HMM은 2020년 98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작년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 18조5868억원과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34.74%, 34.81%씩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이 있기까지 HMM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HMM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현대중공업이 만든 배가 인도되지 못하자 현대그룹이 1976년 아세아상선을 세운 것이 모태다. 당시 1차 오일쇼크 등의 여파로 발주처에서 인수를 거부한 초대형유조선(VLCC) 3척으로 시작됐다.

1983년 현대상선으로 사명을 바꾸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故) 현영원 전 회장이 설립한 신한해운과 합병하는 등 여러 해운사를 인수·합병하며 점차 몸집을 키웠다. 1990년대 외환위기(IMF)에는 우리나라 기업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며 세계 10위권 내 선사로 성장했다.

현대상선은 2000년 현대그룹이 현대·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으로 쪼개지면서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됐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업 불황으로 긴 적자의 수렁에 빠진다. 

2010년대 글로벌 해운 업계의 화두는 대형화였다. 해운시장을 주도하는 '빅2' 머스크(Maersk)와 MSC를 중심으로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의 크기를 대형화했고,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운임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지속했다.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한 선사들은 파산하거나 인수당했다.

이런 초대형화 경쟁에 제때 합류하지 못한 현대그룹은 2013년부터 HMM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때 자동차선과 LNG선, 전용선 사업부가 차례로 매각됐고, 벌크 사업부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특히 2014년 LNG 운송사업 부문을 IMM 컨소시엄에 매각하자 회사가 성장 동력원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해운시장의 불황이 극에 달한 2016년 국내 1위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HMM도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결국 같은 해 7월 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채권단(산업은행)으로 바뀌게 됐다. 40년 만에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순간이다.

정부가 몰락 직전의 한국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2018년부터 투자를 하면서 반전의 기미가 나타났다. HMM은 2018년 당시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지원 덕분에 벼랑 끝에서 살아나 글로벌 상위권 해운사로 급성장했다.

HMM으로 사명을 바꾼 2020년엔 코로나19로 운임이 급상승하면서 영업이익 9808억원을 올려 10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1∼2022년엔 각각 7조3775억원, 9조94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산업은행은 작년 초 해양진흥공사와의 HMM 공동관리 체제를 종결지으며 민영화를 추진할 거라고 예고했다. 현재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CJ그룹 △SM상선 등이 HMM의 새 주인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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