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中 '정찰풍선'에 상승기류 탄 美의 대중 압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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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입력 2023-02-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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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최근 짜기 시작한 중국 압박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중국 압박 전략의 명분을 마련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시나리오 착수 작업에 나선 정계, 학계, 관계 모두 행보를 같이해왔다. 가닥을 가까스로 잡아가던 미국에 호재가 발생했다. 이는 중국의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이다.

지난 2일 미 당국은 중국의 정찰풍선이 자국 영공을 침입해 비행하는 것을 포착하게 된다. 중국은 이를 민수용 기상관측 비행선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이런 중국의 주장을 부정하며 중국이 정찰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판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5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은 4일에 급기야 이를 격추시켰다. 이에 중국은 과잉 대응이라며 강한 외교적 반발을 표출했다. 이 사건으로 미·중 양국 간 전략경쟁적인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조성하기는 당분간 더 어려워져 보인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만 더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 정책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영공이 얼마큼 무방비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미국에  2001년 9·11 테러 사태의 악몽을 다시 기억하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중국의 주장 역시 설득력 없는 이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행풍선이 민수용이라 해도 민간 측에서 풍선의 비행 항로를 관측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탈하면서 타국의 영공에 침입할 경우 정부 당국에 보고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타국의 관련 당국에 이 같은 상황을 역시 전달했어야 한다. 이런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여러 나라와 이른바 ‘핫라인’을 최고지도자에서부터 군당국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은 게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해명이 설득력 없어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 명분은 더욱 강화되었다. 안 그래도 우린 최근 대중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 정·관·학계의 발 빠른 행보를 목도해왔다. 그 첫발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4연임 가능성을 예단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를 그 명분의 프레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27년에는 그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가 4임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중 최선의 명분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앞으로 4년 동안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 시 주석에겐  괄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등에 업고 다시 선출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겠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재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중국 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에는 미·중 경쟁의 심화로 중국 경제가 작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만연해 있다. 이런 예측에 근거해 미국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4임을 달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대만 통일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합참의장,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도 이 같은 전망에 가세했다. 더욱이 2027년이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해라는 사실이 이들의 명분 설계에 기초가 되었다. 이 같은 군사적인 명분이 시 주석으로 하여금 대만의 무력통일을 꿈꾸게 하는 요소로 미국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호전되지 못하면 시진핑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즉, 대만 통일이라는 과업을 달성해 4임의 정당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2027년을 그야말로 대만해협 위기의 D-데이로 사실상 정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만의 국방과 방어 능력을 증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 하원에서는 대만의 군사력 강화와 미국의 대만 방위에 관한 법안 8개를 상정했다. 이들 중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만 입법되었다. 나머지 법안은 이후 11월 중간선거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서 제기된 대만 군사와 미국의 방위 능력 제고에 관한 내용은 미국 의회가 12월에 채택된 국방수권법(NDAA)에 대부분 반영되었다.(본지 2022년 12월 28일자 “美 ‘4不1無' 약속한 것 아니었어?···日과 中공세 본격화” 참조).

이런 미국의 움직임 속에서 한·미 동맹과 대만 문제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제기되고 있다. 대만 유사시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부터 한·미 동맹의 가동성까지 민감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에 있다. 미국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를 증강하는 의지와 결의를 수 없이 비쳤다. 그리고 실제로 한·미 국방당국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31일 한·미 국방장관은 회담 공동성명에도 확장억지력을 증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날로 증강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최근 실시된 대국민 여론조사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 1월 29일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6.6%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68%의 국민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다시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가들은 우리 국민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대한 불신이 날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들 눈에 미국의 억지력 수단과 방법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의 위협에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19일 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가 공개한 ‘대북정책과 확장억제(North Korea Policy and Extended Deterrence)’ 보고서가 우리 국민의 인식과 결을 같이했다. 보고서는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초 작업과 관련한 모의 계획 훈련을 동맹국들이 검토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보고서를 두고 미국 내에 한국에 대한 핵억지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성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과연 미국의 연구기관이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제기한 저의가 무엇일까 말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 전략이 2027년 프레임에 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이 주장하듯 대북 압박용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겠다.

첫째,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전술핵이 재배치되어야 한다면 얼마만큼의 핵무기가 필요한가. 냉전시대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상당히 많은 양이 배치되었다. 1958년부터 배치되었던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1963년에 600기를 넘었다. 이듬해에는 640기가 배치되었다. 이 시기 역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할 목적으로 배치되었는데 이들은 당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이었다. 이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후 1974년에 약 740개의 전술핵무기가 남한 미군기지에 배치되었다. 중국은 2030년에 1000개, 2035년에 약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수백 개에 이를 것이다. 이런 북·중의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대체 몇 개의 핵무기가 적당한지 물어야 한다. 핵으로 핵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격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둘째,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재배치되면 이에 대한 비용 지불 문제가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 미국도 경제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유지·관리하는 데 그 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 이후 2년 차부터 우리에게 유지관리 비용을 공동 분담 또는 우리가 부담하는 것을 고려한 것도 이의 방증이다. 국방수권법에서도 대만에 애당초 제공하고 지원하기로 한 무기들이 입법 과정에서 대만의 구매와 대만 구매 지원 등으로 전환되었다. 핵무기는 개발 비용이 제일 적게 들고 관리유지 비용이 그다음으로 비싸다. 핵 폐기는 이들을 더한 비용보다 더 들어간다.

셋째, 미국이 중국 전략을 2027년 프레임에 맞춰 짜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의 저의와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과연 북한에 대해서만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적용되는 것인지를 말이다. 대만 유사시에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역할을 고민한다. 즉 한국의 주한미군 전력자산의 운영을 검토한다는 뜻이다. 그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대만 유사시에 가동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히 일본의 주일미군기지에 미군의 전술핵무기 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일본은 1971년 오키나와 관할권이 주일미군에서 일본 정부로 이양된 이후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 이어서 같은 해 일본 정부는 비핵화 3원칙을 공표했다. 일본 참의원에서 이 결의안은 채택되었다. 일본의 비핵화 3원칙은 일본이 핵무기를 생산하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고 이의 자국 내 배치도 불허한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유사시 중국에 핵억지력을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괌에도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조속히 강구하는 모양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술핵 배치든, 자체 핵무기 보유든 우리의 현실적 문제를 타진해야 한다. 즉, 북한·중국과의 핵 경쟁에서 우리에겐 상당한 정치·군사·외교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으면 핵무장하면서 이들과 공존하는 방안을 외교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대칭하면서도 공존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핵억지 능력을 갖추면 때로는 공존하는 데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대등한 군사력 수준에서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긴장이나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핵보유국 간 양보 없는 치킨게임의 시작은 자명하다. 즉, 외교적인 타협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외교적 능력이 구비된 이후에야 핵무장이 가능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무기 보유라는 타이틀만을 가지고 우리가 모든 위험 부담을 떠안을 용의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싶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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