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서 가장 끔찍했던 건"...심폐소생 의사가 밝힌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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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10-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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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활동 나섰던 의사 "개인 방송하는 이들, 인간인가 싶었다"

  • "사망자들 사진 찍는 이들도 많아...처음으로 인간 혐오 느껴"

  • 오전 9시 기준 151명 숨지고 82명 다쳐 233명의 사상자 발생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핼러윈을 앞둔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했던 의사가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구경하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날 밤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현장에서 CPR을 시도했다던 한 의사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이메일로 인증을 해야 글과 댓글을 쓸 수 있다. 암센터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의사 A씨는 "어젯밤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 CPR은 할 줄 아니 도움이 될까 싶어 이태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지만, CPR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들여보내 줬다. 하지만 이미 바닥에 누워있던 사람들은 얼굴이 질리다 못해 청색증이 와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청색증은 호흡 곤란으로 얼굴이나 입술 등이 푸르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A씨는 "누워있던 사람에게 CPR을 시도했지만, 상태가 심각해 '이 사람은 살릴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CPR을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보며 무능한 의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A씨는 당시 현장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사고 현장을 떠나지 않고 구경하던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환자를 CPR 하기 위해 잠시 물을 마시는 동안 한 20대가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라며 아쉬워하는 걸 듣고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몸서리가 쳐졌다. 또 개인 방송을 하는 이들을 보며 진짜 인간인가 싶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A씨가 쓴 글을 본 다른 의사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댓글을 남겼다. 당시 이태원에서 구조 활동에 나섰다고 밝힌 또 다른 의사 B씨는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 숨진 이들의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지만 어제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과학수사팀을 보내 신원 확인을 하는 대로 유족에게 연락하고 있다. 시신은 일산 동국대병원(20명)과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강동 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등에 나뉘어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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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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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은 이기적이고 무질서하다.
    개인들이 모인 군중들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중에 질서를 유지시키는 것이 공권력이 할 일이다.
    특히 목숨이 달린 사고에 관한한 예측, 예방은 공권력의 의무다.
    어떤 조건과 변명으로도 피할 수 없는 공권력이 기본 책임이다.
    군중의 무질서가 그들만의 문제라면 공권력이 존재할 필요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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