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성민·남주혁 '리멤버' 출격…비수기 치트키 '장르물', 극장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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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10-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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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멤버' 남주혁(왼쪽), 이성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월 극장가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여름부터 이어진 흥행 부진이 가을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영화계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스릴러 장르 영화가 속속 개봉한다. 친일파를 단죄하기 위해 나선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담은 '리멤버'는 썰렁한 극장가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유쾌한 버디 무비 영화 '검사외전'으로 970만명의 관객을 홀렸던 이일형 감독은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현재' 이야기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특히 이 감독은 장르의 특성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가 벌이는 단죄의 과정을 차진 긴장감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하였다. 여기에 60년간 계획했던 복수를 완성해야 하는 80대 노인 '필주'와 동행하게 된 청년 '인규'의 호흡은 세대를 초월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이일형 감독은 "영화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쓰려고 했다. 액션과 복수극 등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영화의 메시지도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파들과 일본 잔재의 측면을 넘어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리멤버'가 가지는 핵심적 주제다. 

그는 "옳고 그름은 무엇일까, 어떤 고민을 해야 할 문제인가 되뇌었다. '필주'의 사적 복수까지도 과연 옳은 일인가 스스로 문제 제기해보았다. 관객들도 같은 지점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영화 '리멤버' 스틸컷[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리멤버'의 시나리오 작업은 약 4년 전 이루어졌고 촬영은 2년 전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최근 한일 문제나 한반도 정세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감독은 "'리멤버' 시나리오 작업은 4년 전쯤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현재 한일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해결되지 않은 모든 일이 여전히 똑같다는 게 아닐까 싶다. 옳은 걸 옳다고 하지 않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지 않는 게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본질은 똑같아진다. 현대 변화를 예측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분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리멤버'는 독일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유대인인 주인공이 나치에게 가족을 잃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해당 설정은 한국에 맞게 수정하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꼼꼼한 설정을 새겨 넣었다.

이 감독은 "원작을 보고 '우리나라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좋았던 건 인물들의 '현재'를 다루고 있어서다. 인물들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과거 때문에 고통받는 인물의 현재를 다룬다는 점이 특별했다. 주인공이 과거를 좇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리메이크를 결심하며 여러 방향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인규'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20대 청년에게 초점을 맞추며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친일파 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영화 '리멤버' 배우 이성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성민은 극 중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를 연기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이성민은 "'필주'는 도전해볼 만한 캐릭터였다. 저보다 훌륭한 제작진이 '필주'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제가 카메라에 등장했을 때 관객들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고 말했다. 

80대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때마다 분장을 해야 했던 그는 "'필주'의 걸음걸이와 자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촬영 중반 목디스크에 걸렸는데 영화를 보고 '아, 저게 원인이었구나'하고 깨달았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만큼 '필주'의 캐릭터를 위해 경기도 말씨를 익히고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영화 '리멤버' 배우 남주혁[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 중 20대 청년 '인규' 역을 맡은 남주혁은 '필주'와 동행하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평범한 청년 '인규'를 통해 젊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시야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남주혁은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독님께서 '평범한 20대 청년처럼 연기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규'라는 인물을 통해 그의 감정으로 영화를 따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다. '인규'라면 '필주'를 어떻게 볼까? 지금 놓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여러 고민을 했는데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성민은 영화의 엔딩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오래전 촬영해서 (영화를 보니) 모든 신이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찍은 영화를 보고 울었다. 옆자리에 주혁 군이 있어서 참으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다 보니 '리멤버'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 같다. 그래서 눈물 흘릴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문득 어린 '인규'에게 동행해달라고 설득하는 '필주'의 모습을 보고 감정 이입을 많이 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리멤버' 남주혁, 이일형 감독, 이성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일형 감독은 지금, '친일파 청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상상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며, "어릴 적 교과서로도 공부하고 살면서 느끼는 이야기기도 하다. 이럴 때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일파 처단보다는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과거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담고 싶었다. '한필주'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이 자연스레 따라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이라면 더욱 공감하고 가깝게 느낄만한 소재와 이야기를 장르적인 요소로 풀어낸 '리멤버'는 위기의 극장가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오는 10월 26일 개봉한다.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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