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터넷 캡처]

‘론스타 사건’은 대한민국 금융사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자 여전히 지독한 악연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먹튀’ 논란으로도 알려진 이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을 겪던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론스타는 5년도 채 되지 않아 외환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매각하려다 무산됐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12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한 뒤 수 조원의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난다.

그리고 이는 10년이 넘는 법적분쟁의 시발점이 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 때 한국 정부의 부당한 심사 지연 등으로 매각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입었다며 6조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ISDS(투자자-국가 간 분쟁소송)를 제기한 것. 그 결과는 최근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924억원)를 배상하라는 판단이었다.

여전히 흐릿한 진실 속 이 소재는 영화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두고 여러 주장과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론스타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진실찾기는 계속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이른바 ‘모·하·론 동맹’ 가설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론스타가 국내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모피아(경제·금융관료+마피아)와 하나금융지주, 론스타가 이익을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해당 발언이 ‘가설’이라는 발언자의 전제처럼 당장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대한 사안의 의혹을 제기하고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증거가 필요하지만 이를 생략한 채 섣부른 추측과 의혹 제기부터 나선 것이다. 이는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책임을 덧씌우고 해당 기관이나 당사자 등에게 일종의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뭇 우려스럽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 역시 다소 갸우뚱한 대목이다. 2011년 12월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최종 매각가는 주당 1만1900원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외환은행 주가(8400원)를 상회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비싸게 매입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동일한 사안을 두고 제기된 하나금융이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사들여 이익을 봤다는 주장은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해당사자인 하나금융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구체적인 불법행위나 경제적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 거래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뿐 아니라 하나금융을 상대로도 ICC(국제상공회의소)에 분쟁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2019년 하나금융 승소로 마무리됐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하나금융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론스타 측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아직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한 열망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론스타 사태의 진실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그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겨주는 과정에서부터 이를 매각하고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과정, 그리고 ISDS 중재절차 대응과정서 누가 잘못을 하고 왜 패소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섣부른 판단이나 사실 왜곡은 불필요한 내부 갈등과 서로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이는 오히려 국내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떠난 론스타를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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