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왕위 승계에 英 연방도 `들썩'…`구심점' 사라지자 일부 국가 군주제 탈피 움직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경호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9-12 15: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월 15일 메이헤드의 템즈 호스피스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연합뉴스)


영국에서 70년 만에 왕위 승계가 이뤄지면서 영국 연방으로 일컬어지는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들이 여왕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에선 군주제를 벗어나 공화제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이번 일을 계기로 영연방 체제가 더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영국 내에서는 내년에 치러지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국민투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전 세계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했기 때문인데, 그 흔적은 지금도 호주나 뉴질랜드 국기에 남겨진 `유니언 잭’ 문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56개국은 영연방(Commonwealth)라는 연합체로 취급을 받는데 이 중 15개국은 아직도 영국 국왕을 군주로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같은 선진국들도 실제 통치는 국민들이 선출한 총리가 맡지만 상징적으로는 영국 국왕을 국가 원수로 두고 있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년간의 재위 기간 동안 영연방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여왕의 죽음으로 실질적인 구속력이 크지 않은 영연방 연합체가 더욱 느슨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당장 카리브해 국가인 앤티가 바부다가 3년 안에 공화국 전환을 두고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미 공화제 채택 시도가 있었던 인근 국가들인 자메이카와 바하마 역시 탈(脫)영연방 움직임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

호주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자신의 첫 임기 중에는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영국 내부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합국 체제로, 이 중 스코틀랜드는 이 연합에서 분리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14년 치러진 주민투표에서는 천성 45%, 반대 55%의 결과로 독립 시도가 좌절된 바 있다. 스코틀랜드는 내년에 다시 독립과 관련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인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재는 연합국의 응집력에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왕은 평소 스코틀랜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왕이 눈을 감은 장소도 잉글랜드의 버킹엄궁이 아닌 스코틀랜드의 밸모럴성이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여왕은 어린 공주 시절부터 외가 식구들과 스코틀랜드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곤 했다. 10대 시절 첫 대중 연설을 했던 장소 역시 스코틀랜드의 에버딘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가 부결됐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했을 때 그녀가 매우 행복해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