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불 꺼진 와이탄" 폭염에 신음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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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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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닥 드러낸 창강…수력발전 '반토막'

  • 멈춰선 공장, 불꺼진 쇼핑몰

  • 남한 면적 1/5 경작지 가뭄 피해

  • 폭염이 中경제 '블랙스완'으로

22일 저녁 불 꺼진 상하이 와이탄 야경. [사진=웨이보]

# 지난 22~23일 밤 상하이 시내 황푸강을 사이로 마주보는 와이탄과 푸둥 지역은 '암흑'으로 변했다. 평소 같았으면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둥팡밍주(東方明珠) 탑도 일제히 불이 꺼졌다. 전력난으로 일제히 야간 조명을 소등했기 때문이다. 

# 충칭 남부에서 과일 채소 재배 농장을 운영하는 간 씨, 올해 폭염과 가뭄으로 재배 작물 절반을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온실에서 재배하는 수백 그루 감나무 열매는 시들었고, 재배한 가지는 딸기보다도 크기가 작다. 인근 저수지가 메말라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을 뿌리는 것도 힘이 든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중국 대륙을 덮쳤다. 60여 년 만에 최악인 고온·가뭄 현상으로 중국 대륙이 신음하고 있다. 
 
바닥 드러낸 창장···수력발전 ‘반 토막’
 

[자료=FT]

‘중국의 화로(火爐)’라 불리는 충칭과 쓰촨성. 창장 상류에 위치한 두 지역은 올여름 폭염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일 17시부터 21일 17시까지 전국 '톱10' 고온 지역 순위를 보면 충칭이 8곳, 쓰촨이 2곳이다. 이들 지역 평균기온은 모두 43도를 웃돌았다. 40도를 웃도는 폭염은 현재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에어컨 가동을 늘리면서 전력 소비량은 치솟았다. 쓰촨성 전력당국에 따르면 7월 하루 평균 전력사용량은 3억4400만㎾h(킬로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갑절로 늘었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강물이 메마르면서 수력 발전소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쓰촨성은 중국 수력발전의 중심으로, 전력 생산 중 80%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 이 지역 수력발전량은 예년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충칭·쓰촨 일대를 중심으로 전력난이 발생한 배경이다. 

사실 지난해 여름철에도 중국엔 전력대란이 벌어졌다. 당시는 석탄값 급등에 석탄 공급난이 발생해 화력발전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데다 정부의 마구잡이식 에너지 통제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올해 전력난은 순전히 폭염으로 초래된 것이다. 
 
멈춰선 공장, 불꺼진 쇼핑몰···中경제 블랙스완 '폭염'

중국 충칭 시내를 흐르는 자링강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바닥을 드러냈다. [사진=신화통신]

폭염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며 쓰촨성은 결국 21일 에너지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1급으로 올리고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전력대란 속에 쓰촨성 청두에선 지난 18일부터 쇼핑몰, 노래방, 게임방, 영화관 등이 일주일간 영업을 중단했다. 그나마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 정도만 저녁 6시까지 영업이 허가됐다. 시내 빌딩 옥외 광고판에 불이 꺼지고, 엘리베이터 사용도 제한됐다. 
 
전력난에 전기차 충전까지 막히며 차주들 불만도 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7일 청두 시내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 14곳 중 2곳만 문을 열었다. 

공장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쓰촨성과 충칭시 당국이 지난 15일부터 산업용 전력을 제한해 공장 가동을 강제로 멈춘 탓이다. 원래는 20일까지였는데 폭염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전력 제한령은 25일까지 추가로 연장됐다.

이로 인해 현지 반도체, 자동차, 전자부품, 태양광, 디스플레이 등 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도요타·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애플 폭스콘 아이폰 공장, CATL 배터리 공장, 징둥팡 디스플레이 공장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대형 기업도 예외는 없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봉쇄 사태처럼 또다시 공급망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최근 상하이시 소재 테슬라나 상하이자동차 등 현지 자동차 공장은 쓰촨성 전력난으로 자동차 부품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상하이시 정부가 쓰촨성 정부에 직접 쓰촨성 소재 자동차 부품 공장에 전력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가 누리꾼에게 공분을 샀다. "(전력난에 고통받는) 쓰촨성 주민 생명이 테슬라 공장보다 덜 중요하냐” “상하이시 정부가 기업 편에 서서 인민의 전기를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이 빗발친 것이다.

‘주민들에게 전력을 양보하라(讓電於民)'는 구호로 공장과 상업용 시설까지 문을 닫고 전기를 아끼고 있지만 무더위 속 주민들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청두시 주민들은 폭염에도 매일 6~7시간씩 이어지는 정전으로 에어컨도 마음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되자 대형 얼음으로 간신히 더위를 식히고 있다. 더위를 피해 지하철 역사나 다리 아래 드러누운  주민들 사진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온다. 

전력난은 차츰 창장 하류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수력발전량이 풍부한 쓰촨성은 그동안 '서전동송(西電東送·서쪽 전기를 동쪽으로 보낸다)' 프로젝트에 따라 전력 수요가 많은 동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그런데 폭염으로 쓰촨성 내 자체적으로 쓸 전력도 부족해져 타 지역으로 전력을 보내기도 힘들어졌다. 이에 후베이·안후이·장쑤·저장·상하이 등에서도 전력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쩍 갈라진 논밭' 폭염이 농사에 최대 위협
창장 수역이 메마르면서 올해 가을철 수확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중국 국영중앙(CC)TV에 따르면 올해 충칭 강우량이 예년보다 60% 감소하면서 충칭 지역 34개 현(縣)에 걸쳐 66개 강물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농지도 수분이 부족해  쩍쩍 갈라지고 있다. 

CCTV는 20일 창장 유역 쓰촨·후베이 등 9개 성·시에서 가뭄 피해를 입은 경작지 면적만 220만㏊(헥타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남한 면적 5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주민 246만명은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충칭 소재 중국 코카콜라 공장은 지난 19일 식수난에 허덕이는 주민에게 1차적으로 4만병 넘는 생수를 구호물자로 보내기도 했다. 

가축들도 영향을 받긴 마찬가지다. CCTV는 이번 폭염 속에 가축 35만마리가 폭염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폭염에 닭들은 사료를 먹지 않아 산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돼지들은 탈수 증세를 보이는 등 양계·양돈 농가도 울상이다. 허난성 한 양계장 관계자는 "키우는 닭 중 5분의 1이 알을 낳지 않는다"고 NYT에 말했다. 

가을철 농사 수확에 비상이 걸리면서 탕런젠 중앙농촌판공실 주임 겸 농업농촌부 부장은 지난 22일 긴급히 남부 지역 폭염·가뭄에 따른 가을 농사 피해 예방 업무회의를 소집했다. 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폭염·가뭄이 올가을 남부 지역 농사에 최대 위협이 됐다”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수자원을 공급하고 피해를 줄이라고 촉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두 달간 이어지고 있는 폭염이 중국 경제에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됐다”고 진단했다. 블랙스완이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으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3.3%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성장률 예상치를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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