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괄목상대 中 산업…중간재 중심 對中 수출 전략 180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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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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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기술 첨단화 속도 빨라…한국 기업 경쟁 상대로 성장

  • 대체 어려운 고급 소비재로 공략해야

# 올해 중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현대차와 기아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80만대를 판매하면서 시장의 대표 주자로 군림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50만대 판매에 그쳤다. 2016년 당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한 것이다. 올해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장점유율은 1%대 아래로 추락할 조짐이다.

# 2013년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대 점유율로 고성장을 거듭한 삼성전자는 올해 0%대 점유율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러한 급전직하에는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성장세와 함께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에서 촉발한 반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주도한 ‘애국 소비’ 성향도 시장에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 반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계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장밋빛 미래를 구상하기보다 시장 생존을 먼저 논하고 있다. 이전의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자원 공급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 산업계 성장을 이끄는 자양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계 구성원들이 탈중국을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최근에는 28년 동안 흑자 기조를 이어간 대(對)중국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기존 대중국 무역구조가 중간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의 산업 발전에 따라 중간재 수출입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동맹국과 합세해 중국 배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중 틈새에 낀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한·중 경협의 뿌리까지 뜯어내고 있다며 통상 협력의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30년 동안 이어진 전략적 동반자 모델이 분명 성공적이었지만 지금은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비전 제시가 절실하다는 시각이다.

30년 동안 양국 간 경제협력 규모는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량은 1992년 64억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015억 달러(약 404조3700억원)로 47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20년째 한국의 최대 교역국(지난해 23.9%)이자 최대 수출국(25.3%)과 수입국(22.5%)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요인에는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은 양국 수교 초기에 산업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 과제였고 우리 기업들은 원가 절감이 화두였다. 국내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가져다가 중국 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든 뒤 수출하는 협력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 창출을 이뤄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2016년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한한령’으로 돌변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요구에 즉각 반응하며 한국 제품 불매가 이뤄졌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도 한한령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중국 수출의 첨병인 반도체마저 미·중 갈등의 화약고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인 ‘칩4’에 한국이 참여하면 한한령 이상의 경제 보복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30년을 이어온 중국과의 경협이 불리하다고 당장 손을 뗄 수 있는 단순 해법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분리할 수 없는 절대적 관계이기에 우리의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중국 측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 최대 제조강국인 중국은 기술 첨단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하이테크 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등 우리와 경쟁을 벌이는 품목이 많아졌다”면서 “반도체·석유화학 등 특정 중간재 품목의 편중 구조를 벗어나 소비재를 포함한 최종재 수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중국 소비재 수입시장은 성장세가 여전해 수입 대체가 어려운 제품과 기술,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고급 소비재로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의 독자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에 대비해 대중국 수출 주력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우리 산업의 근간을 지킬 수 있는 기술안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칩4 동맹은 중립적 태도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기술 분야는 미국 측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맞다”면서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중국과 함께 간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반발로 일시적인 원자재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망 분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 중 고통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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