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년 만에 실질 임금 '최저'...물가 잡으려 큰 폭 금리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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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8-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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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시장 양호해 금리 인상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영연방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최근 겪는 경제난을 타개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사람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영국의 실질임금이 20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향후 실업률 증가 등 경기 위축 여파가 나타날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의 2분기 실질임금은 작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이는 통계청이 실질임금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앞서 지난 1분기 실질 임금이 2.8% 하락한 것에 이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영국의 명목임금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크게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했다. 이날 통계청은 상여금을 제외한 평균 급여가 6월까지 3개월 동안 4.7% 상승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급여도 4.2%가 상승한 바 있다. 

특히 영국인들은 식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한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영국 타임스가 지난 8~9일 영국 성인 1717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6%는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11.6%로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평균 가구의 식료품 구매 비용이 연 533파운드(85만원)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칸타르는 말했다.

에너지 요급 급등이 예고되는 등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영국 콘월인사이트는 10월 1일부터 적용되는 에너지 가격 상한이 3582파운드(약 567만원)일 것이라고 봤다. 현재는 연 1971파운드(약 312만원)이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상한액이 월간 기준으로 최대 26만원이었지만, 올해 10월부터는 47만원으로 2.8배가 오르게 된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내년 1월이 되면 전기·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영국 당국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1%로 시장의 예상(9.4%)을 뛰어넘으며 40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영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도 9.4%를 기록한 상태였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러스 그레고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률이 3~3.5%에 달하는데도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영란은행은 시장의 예측치인 3%보다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영국의 노동시장이 아직 양호해, 영란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한 3.8%를 기록했다. 이는 197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인 올해 1분기 3.7%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FT는 아직은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영란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실업률이 단기간에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베렌버그 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칼럼 피커링은 FT에 "영란은행이 9월에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올 가을부터 실업률이 높아지기 시작해 2023년 4분기에 최고 5.3%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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