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르면 6월 소비자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에 도달했다.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기준금리 2% 시대 '목전'

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3일 오전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금통위 일정은 오는 14일이었으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7월 15~16일, 인도네시아)가 예정돼 있어 본래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개최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번 금통위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해 6명의 금통위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 금통위원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1명(임지원 전 금통위원)이 임기 만료로 공백이 생긴 것이다. 임 전 금통위원이 퇴임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상태지만 금통위를 일주일 남겨둔 지금까지도 후임 금통위원에 대한 하마평은 전무하다. 현재로는 남은 기간 동안 금통위원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현재 1.75% 수준이다. 보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 최소 0.25%포인트 단위로 금리 조정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통위 회의를 통해 금리가 인상될 경우 기준금리가 2%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준금리가 2%대에 도달한 것은 지난 2014년 10월이 마지막이다. 기준금리는 2008년부터 2015년2월까지는 2%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으나 2015년 3월을 기점으로 1%대로 하락한 뒤 이후 7년여 간 0~1%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기준금리 인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물가 상승' 수준이다. 통화당국인 한은의 주요 정책목표가 '물가안정'이라는 측면에서다. 이러한 가운데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6.0% 상승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당초 우려했던 물가 상승 추세가 끝내 현실로 확인되자 한은은 발표 당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물가 상황과 물가 흐름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회의를 주재한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5%를 웃돈 지 한 달 만에 6%대에 진입(6.0%)하는 등 올 들어 물가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21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2% 수준을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초까지 5개월 간 3%대로 올라섰고 지난 3월과 4월에는 4%대를 이어가다 최근 5~6%대로 우상향 기조를 나타냈다.

이 부총재보는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추이에 대해서도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간 내에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곡물 등 세계식량가격 역시 전쟁과 이상기후 등 여파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 증대,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부총재보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6월 기준 3.9%)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임금과 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첫 빅스텝 나설까…‘인플레 파이터’ vs ‘차주 부담·경기 침체’ 고민 커진 한은

이러한 가운데 한은이 물가 상승 기조와 향후 기대심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보다 강도 높은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 확산 초기 당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춘 적은 있지만 빅스텝 인상에 나선 전례는 없다. 

이창용 총재는 앞서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피력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1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물가 상승 흐름이 바뀔 때까지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빅스텝'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빅스텝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고착화 과정을 경계하고, 기대심리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며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경우 한은이 '빅스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지난달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선 데 이어 이달에도 자이언트스텝 실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미국 연준이 6월에 이어 7월 0.75%포인트, 9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국의 가파른 긴축이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며 "이에 7월 한은 금통위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다만 금통위의 빅스텝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당장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확대되고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에 경제수장들 역시 고금리와 물가, 환율 등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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