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대학 교양과목으로 개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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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카이스트 겸직교수
입력 2022-07-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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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강남의 생각》 서평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할 때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붙잡고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많은 부분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깨우침을 주는 책이었다. 이사를 가거나 사무실을 옮겨도 서재 한 귀퉁이에 언제나 《예수는 없다》가 자리할 만큼 나에게 크게 영향을 준 책이다.
그 책을 인용해 인터넷 글을 썼는데 캐나다의 오강남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현암사 사장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교유를 터 종교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그에게 묻고 공부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 교수는 나의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다.
종교에 대한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그의 글은 페이스북 고정독자들이 많다. 그의 글이 눈에 띌 때마다 나는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다. 《예수는 없다》를 출간한 현암사가 이번에도 발 빠르게 오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모아 《오강남의 생각》을 펴냈다. 오 교수는 이 책에서 ‘페친 상당수가 신학자와 목회자인 것 같다’라고 썼다. 그만큼 한국 교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한국의 신자 중에는 어느 종파이건 종교적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며칠 전에도 서울 거리에서 지붕에 확성기를 매달고 “부처도 지옥 갔다. 원불교 창시자도 천국에 가지 못했다. 마호메트도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졌다”고 외치는 승합차를 만난 적이 있다. 번잡한 길모퉁이에서도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전도사들이 소음을 일으킨다. 오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자기가 어쩌다가 백인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KKK단의 태도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오강남의 생각》 표지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 중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고 그중에는 신도들에게 이런 강론을 서슴없이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동남아에서 쓰나미가 일어나 수십만 명이 죽은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나라여서…”라는 설교가 대표적이다. 이런 성직자에게서 들은 것이 전부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오 교수는 종교적 문맹이라고 진단한다.
오 교수는 한국 중고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이 세계 종교에 관해 객관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양과목이 개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은 교양과목이나 전공과목으로 종교학을 수강한다. 그는 ‘캐나다 대학교에서도 종교학은 사회학 심리학과 함께 수강생 수가 가장 많은 과목’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의 각급 학교에서 세계 종교나 예수 석가 공자 노자 등 인류의 정신적 길을 밝혀준 종교 지도자들을 가르치는 종교 과목의 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종교적 문맹을 깨우치는 교양서적이자 대학의 종교학 교양과목 교과서로 《오강남의 생각》을 강력히 추천한다.
나는 동아일보를 떠나 2모작 인생을 시작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아주경제에도 글을 쓰게 됐다. 아주경제의 요청으로 다석 유영모 선생의 제자와 연구자들을 인터뷰해서 신문에 연재했다. 다석은 다석학회 회장 정양모 신부, 박영호 선생 같은 제자들로부터 “인류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다”는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함석헌 선생이 오산학교 시절 그의 제자였다. 그런데 필자가 시리즈 인터뷰를 위해 다석을 공부하다 보니 오 교수도 다석과 함석헌 선생을 존경하고 따르는 학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곳 저곳 계곡을 흐르는 물이 한 곳에서 만나 강물을 이루듯 종교에 관한 인식이 비슷하다 보니 다석의 강물에서 또 만난 것이다.
하느님이 독생자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에 대해 다석은 하느님의 그의 씨를 사람 마음에 심으셨다고 풀이한다. 예수의 재림에 대해서는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셨으면 우리도 하늘로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왜 예수를 끌어내릴 생각을 하느냐’고 했다. 예수의 재림을 예언했다가 실패한 종파의 신앙인들이 뒤늦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다석의 어록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카톡방에서는 정치와 종교를 금기어(禁忌語)로 정한 곳이 많다. 정치의 양극화와 종교의 근본주의가 빚어낸 이 시대의 불편한 질환이다. 나는 어떤 사이트에서 지겹게 전도를 하는 종교인에게 “당신의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전도하지 말라. 그것은 전도가 아니라 괴롭힘이다”라는 말을 했다가 그로부터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독설을 들었다. 그는 성경을 문자주의로 해석하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종교적 교양이 부족하고 영성지수(SQ·Spiritual Quotient)가 낮은 사람들이 헛다리를 짚어 컬트(邪敎·사교)에 빠져들고 가족과 이웃들을 피곤하게 한다.
‘자기 종교만 진리이고 남의 종교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근본주의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오강남의 생각 156~157 페이지)에서 필자는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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