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내우외환' 카카오모빌리티, 이대로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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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2-06-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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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업은 생존 위한 몸부림...규제 앞에 장사 없어"

[사진=카카오모빌리티]

'내우외환(內憂外患)', 지금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에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외환부터 보자. 올해 초 서울시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압박을 가한 것에 이어 지난 5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래 먹거리로 정한) 대리기사 업계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불과 반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내우도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초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잇따라 노조에 가입해 지난 20일 계열사 최초로 과반노조를 달성했다. 매각에 따른 처우 변화와 정리 해고라는 불안감이 원인이다.

다른 일 같지만 사실 내우와 외환의 이유는 같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로서 다양한 유료 상품을 출시하자 택시 기사들이 과도한 수수료라고 반발했고 이에 정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규제의 뜻을 내비친 것에 따른 나비효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모바일 운송 중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시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이 80~9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높은 점유율과 달리 영업이익은 신통찮다. 2020년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2021년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5465억원에 달하는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생각해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얼마나 힘겹게 운영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업 규모만큼 매년 증가하는 영업비용에 있다. 2018년 747억원이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비용은 2021년 5339억원으로 급증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자체는 '본전치기'나 다름없다는 방증이다.

매출 대부분이 영업비용으로 나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나마 흑자를 낸 이유로는 자체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 '카카오T 블루'가 지난해 9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이 꼽힌다. 하지만 서울시와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해당 사업을 중단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만약 카카오T 블루를 중단하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덩치 큰 플랫폼을 적자만 내며 운영하는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카카오가 매각이라는 카드를 두고 고심하는 이유다. 

사업 보고서를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카카오T 블루를 포함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선보인 다양한 이용자·택시 대상 신규 유료 상품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한 절실한 몸부림이다. 결코 카카오모빌리티가 돈독이 올라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하는 '카카오T'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국내 택시 시장은 많은 것이 변했다. 이용자들이 덥고 추운 날 택시를 잡기 위해 밖에서 손을 흔드는 일이 없어졌고, 행선지를 듣고 다른 차 알아보라는 택시의 승차 거부가 줄었다. 자체 운영하는 택시 회사에선 업계의 병폐인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도입했다. 이 정도면 한 기업이 이끌어낸 변화치고는 제법 괜찮은 성과다.

압박과 규제로 타다 베이직에 이어 카카오모빌리티까지 시장에서 사라지면 대체 무엇이 남을까.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이 이용자에게 이익일까 손해일까. "대기업=악, 신규 사업=돈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처한 상황을 냉정히 봐야 한다. 그곳엔 규모는 조금 크지만 정부·업계·이용자의 도움이 필요한 스타트업이 하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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