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공포 현실화] 일제히 하향 조정된 경제성장률... "물가 먼저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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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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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사태 장기화·주요국 긴축 여파

  • 55개국, 물가 대응 위해 금리 68회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도시 봉쇄, 물가 상승에 따른 주요국의 재정·통화 긴축 정책으로 주요 기관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면 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 입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난제다. 경기를 부양하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으면 경기가 침체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 주요국은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 중 물가를 먼저 잡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군인들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OECD·세계은행·IMF,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물가 상향으로 전망 수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은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지난해 12월에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 8일 3.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OECD 회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9%에서 2.7%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OECD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 봉쇄 영향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물가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7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올해 1월에 전망)에서 2.9%로 크게 낮췄다. 세계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 상황은 1970년대 말 '오일 쇼크'로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온 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쳤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세계 경제성장률과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8%포인트,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 세계은행, IMF의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사진=IBK경제연구소]

반대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탓이다.
 
OECD는 올해 회원국의 평균 물가상승률이 8.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망치 대비 4.4%포인트나 올랐다. 한국 물가상승률은 2.1%에서 4.8%로 상향 조정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주요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면서 내년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OECD와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IMF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기 침체 강도가 완만한 ‘슬로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물가 먼저 잡자"... 기준금리 올리는 주요국
주요국은 우선 치솟는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이전에 마지막으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시기는 약 27년 전인 1994년 11월이다.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 다른 미국 주요 언론 또한 주요 투자은행들이 이달에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을 점치는 이들이 늘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물가가 정점에 올랐다는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다. 이후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 향후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3.3%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연준 입장에선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약 11년 만이다. ECB는 금리 인상 외에도 7월부터 자산 매입 프로그램도 중단한다. 시중에 자금을 더 이상 풀지 않겠다는 얘기다. ECB는 지난 9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을 중기 목표치인 2%로 되돌아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은 지난 3~5월에 기준금리를 총 68회 인상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대출자 이자상환 부담 우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한국은행도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7월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한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한국은행 창립 제72주년 기념식’에서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1800조원대까지 늘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차주 1인당 이자 상환 부담은 연평균 64만원 오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물가안정기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중앙은행의 인식을 경제주체들과 공유하고 이들이 부채조정 등의 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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