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전 세계 온라인 달군 스웨덴 게이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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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6-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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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에게 밥 안 주는 스웨덴? 온라인서 논쟁

  • "나도 겪었다" 경험담에 '스웨덴 게이트' 비화

  • 스웨덴대사관 "과거 일" 개인주의 오해 경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친구 집에서 노는 동안 친구 엄마가 '저녁 식사 준비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밥을 먹고 올 테니 방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문화·종교 차이로 겪었던 가장 이상한 일'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글을 본 다른 누리꾼들도 일제히 스웨덴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답했다. 스웨덴에서는 친구가 놀러 와도 밥을 주지 않는다는 식의 경험담이 퍼지자 야박한 식문화를 가졌단 비판이 쏟아졌다. 급기야 전 세계 누리꾼은 이를 대형 비리에 빗대며 '스웨덴 게이트'라고 부르고 있다.

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외신은 스웨덴 가정에선 손님이 와도 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 한 주간 전 세계 온라인 공간을 뒤흔들었다고 표현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레딧에 따르면 '다른 사람 집에서 문화나 종교 차이로 겪었던 가장 이상한 경험을 말해보자'는 질문에 한 누리꾼은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친구 엄마가 식사 시간이 됐다며 친구를 부르자 친구는 자신이 밥 먹고 올 때까지 내게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고 적었다.

얼마 안 가 해당 댓글엔 자신도 스웨덴에서 비슷한 일을 당했단 답글이 달렸고 온라인에선 삽시간에 스웨덴 문화를 비판하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손님을 초대한 뒤 가족끼리 식사하는 문화가 낯설다는 이유에서다.

레딧의 한 이용자는 "미국 남부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건 생각할 수 없다"며 스웨덴 문화를 꼬집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 중인 지도. 손님에게 식사 대접을 잘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표시했다. 파란색은 대접을 잘하는 국가, 하늘색은 대체로 잘하는 국가, 분홍색은 음식을 잘 안 주는 국가, 빨간색은 음식을 정말 안 주는 국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다 보니 온라인 공간에는 '음식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따로 표시한 지도까지 떠도는 등 스웨덴 문화에 대한 조롱이 이어졌다. 지도를 보면 스웨덴은 '음식을 정말 안 주는 국가'로 빨갛게 표시됐다.

스웨덴 게이트는 사실일까. WP는 4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게 보편적인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주미스웨덴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라스 에릭 틴트레는 WP에 "스웨덴 게이트로 불리는 관행은 현재 스웨덴 가정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있더라도 1970~1980년대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정작 그런 일을 경험했던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집 아이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게 해당 아이 부모의 부양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행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웨덴 농업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WP에 "식사는 집에서 하는 일이었으며, (스웨덴 게이트는) 불친절한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 친구에게 밥을 주는 게 '당신은 아이를 제대로 먹일 수 없으니 내가 먹일 것'이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웨덴 유학생이었던 한 한국인 누리꾼은 트위터에 "스웨덴인이라고 친구를 무조건 굶기는 건 아니다. (유학 당시) 스웨덴 친구 집에 초대 받았을 때 친구 부모님이 저녁 식사로 마당에서 고기와 야채를 직접 구워준 적이 있다"며 당시 저녁 식사 사진을 첨부했다.

한편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이번 논란으로 스웨덴 사람들이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 대사관은 지난 1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스웨덴 사람들과의 피카(fika) 경험이 없어서 나온 말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카란 언제라도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루에도 여러 차례 즐기는 시간"이라며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짬을 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도한 개인주의'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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