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향배] 공급망 재편에 LX·두산도 가세...'덩치 키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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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5-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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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리반도체 1위 불안,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절실…M&A 활발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 국내 기업들은 변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핵심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뒷심을 발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선두 기업은 이미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 대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선 다른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한 K반도체의 전 세계적인 입지 확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 [사진=삼성전자]

2025년 872兆 시장되는 반도체…삼성·SK, 드라이브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반도체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이 8.1%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4736억 달러(약 593조원)였던 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6978억 달러(약 872조원)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것은 차량용 반도체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으로 수요가 전환되면서 반도체 필요성이 더 커졌을 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제품 출시를 못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성이 뒷받침되면서 아직 가능성이 있는 먹거리인 것이다.
 
실제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이 지난해 24.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7.8%, 내년 11.3%, 2024년 13.4%, 2025년 12.9% 등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매출도 지난해 500억 달러(약 59조8000억원)에서 2025년 840억 달러(약 100조4000억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K반도체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선점한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분야를 본격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동시에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1등 도약은 물론 선단공정 중심의 기술개발·투자를 통해 차세대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또한 각종 M&A를 통해 부족한 분야로 꼽혔던 파운드리 등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8인치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중국 등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영국 팹리스인 ARM을 다른 기업과 공동 투자해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두산테스나 서안성사업장 [사진=두산테스나]

반도체 설계, 후공정까지…K반도체 글로벌 ‘1등’ 노린다
기존 반도체 사업 경험이 없던 국내 기업들도 시장의 성장성을 보며 주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공급 우위 형태는 향후 수년간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사업 경험이 없어도 도전적인 시장 진출을 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보유한 기술이 없어도 자금만 확보하면 M&A 방식으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지난달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두산테스나’를 공식 출범시켰다. 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후공정 가운데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국내 웨이퍼 테스트 시장점유율 1위다. 두산은 중장기적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등 반도체 후공정 전문회사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설계·제조 등 전 공정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후공정 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는 게 두산테스나의 설명이다. 이에 앞으로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넘버원’ 파트너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다.
 
LX그룹은 최근 들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LX세미콘을 앞세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 17일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주관사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LX그룹이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2004년 10월 당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된 회사다.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본사와 생산시설 등은 국내에 있으나, 주요 주주는 미국계 헤지펀드다.
 
LX세미콘은 이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신성장 축의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인 텔레칩스의 지분 10.93%(151만5000주)를 267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LX세미콘은 “차량용 반도체 R&D를 위한 지분 투자”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텔레칩스의 2대 주주가 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구현, 검증 등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다.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이다.
 
다만 LG전자는 아직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관련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전장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결국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재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에도 VS사업본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흑자 전환이 늦춰졌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한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미국 49.8% △한국 19.9% △유럽·일본 8.8% △대만 8.3% △중국 3.6% 등 순이다. 2위라고는 하지만, 1위인 미국과 2배 이상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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