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치솟는데 금리 상승까지"...휘청이는 가계 재무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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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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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치솟는 물가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또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여 물가 안정을 기대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되레 금리 인상이 자영업자와 청년층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원)은 최근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서는 대출 금리 상승으로 자영업자와 청년층의 부담이 급증하는 등 가계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한은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인상 목전...부담 커지는 가계
국내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756조원대를 돌파하며 양적으로 크게 누증됐다. 비은행 대출 비중이 높은 데다 기타대출까지 크게 늘면서 부채의 질까지 악화하고 있다. 특히 비은행 가계대출은 2021년 4분기 기준 국내 가계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양적, 질적 구조가 악화한 가운데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금융 취약성이 우려된다. 

국내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은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4월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코픽스 금리와 가계대출 금리 또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현재 1.50%에서 1.75%로 0.25%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육박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추가 빅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한은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될 경우 가계가 직면한 금리 상승 충격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 금리 상승에 이자 비용↑...고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
현경연은 대출 금리가 올랐을 때 가계 재무 건전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분석했다. 

우선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이자 비용과 부채상환비율(DSR) 변화를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을 평가했다. 현재 대출금리 상승 속도와 과거 금리 상승기(2010년 7월~2012년 6월) 가계대출금리 수준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0.5%포인트부터 최대 2%포인트까지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는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비용이 증가해 상환 부담이 커지지만, DSR로 평가한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연간 평균 이자 비용은 160만원 증가하고, DSR는 32.4%에서 35.1%로 약 2.7%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이자 비용은 고소득층에서 많이 증가하지만, 저소득층은 DSR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가 최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소득층의 평균 이자 비용은 약 256만원 증가해 다른 소득계층 대비 가장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고소득층의 DSR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소득층의 DSR는 3.8%포인트 상승하며 타 소득계층 대비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층은 다른 소득계층 대비 이자 비용이 적은 수준임에도 낮은 소득수준으로 인해 DSR가 40%를 상회하는 동시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경험할 것이라고 한경연은 전망했다.
 
◆가계부채 부실화 방지 위해 장기 플랜 짜야 
현경연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적정한 수준의 가계부채 양적 관리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 가계대출이 주택 수요와 관련이 높고, 가계부채 총량 관리 정책이 대출 규제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가계부채의 양적 관리를 위한 정책이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고 원금 분할 상환 비중을 확대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특히 현재 국내 가계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코로나19로 인해 악화한 가계 소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때는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의 상환 부담이 더욱 가중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가구가 채무불이행에 진입하지 않도록 가구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취약 가구 스스로 채무상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고용시장 정책과 연계하는 등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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