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한·중 관계 미래 30년, 문화 갈등의 현상과 본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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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
입력 2022-02-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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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세계의 환영을 받는 중국'을 보여주겠다던 시진핑 주석의 약속과는 달리 과도한 중국 중심주의의 편협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의 목표와 의도는 상처를 입었다. 특히 개막식에 55개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조선족의 복장이라며 한복(韓服)을 등장시켰고, 무형문화재 격인 중국 국가비물질문화유산 등재된 농악무 공연도 선보여 문화충돌도 자극했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한복(韓服) 공정'이라면서 흥분했고, 중국에서는 민족제도나 알고 얘기하라고 응수하면서 양국 네티즌들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상과 본질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이 된 조선족의 전통 의상은 당연히 한복이다. 만일 소수민족의 일원인 조선족이 다른 민족과 달리 전통 복장을 입지 않거나 중국 옷 등을 입었다면 이 역시 조선족의 현실적 지위 인정과 관련해서 문제가 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중화(中華)민족’의 일원이며 중국 공민(公民)인 조선족이 자기 민족의상을 입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은 현행 법에 의해 동일한 대우를 받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생활화돼있지 않는 김치 문화가 중국적일 수 없다. 미국 차이나타운의 중국 문화가 미국 것이 아니듯, 한민족 문화가 조선족 문화이므로 중국문화라는 주장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인 이유다.

중국의 민족 정책은 주도면밀하다. 1953년 중국은 소수 민족법인 ‘민족법대강(民族法大綱)’을 제정했고, 1990년, 중국 강역에는 한족(漢族)과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확정했다. 2018년 3월에는 헌법에 소수민족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며, 각 민족의 평등 단결과 상호 화해 관계를 지킨다는 내용을 명시해 '통일적 다민족국가'를 유지하는 헌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문제는 이 55개 소수민족의 거주 지역이 중국 전체 강역의 70%에 육박하고, 대부분 변계 지역에 있어 분열을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한 관리 필요성에 의해 해당 소수민족 지역에 더 많은 한족을 이주시켜 정치적 주도권은 한족이 행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문화적으로는 중국어와 민족어를 병행 사용케 하고 전통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이중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한국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척 얼음이 하루아침 추위로 얼지 않는다(氷凍三尺非一日之寒)는 중국 속담이 있다. 다른 소수민족들 달리 조선족은 엄연히 남북한이라는 모국이 있는 민족이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통문화가 있음에도 억지로 중화의 범주에 넣으려는 집요한 시도를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네 가지 전통 악기 합주를 1978년 무대예술로 각색한 사물놀이마저 조선족 문화와 별 상관이 없음에도 조선족 문화로 해석돼 중국 사물놀이가 되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방성 때문에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한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빗대 한복 빼앗기가 프로젝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면서 '한복 공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문화의 창조성보다는 원조 논쟁에 열중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중국이 19세기의 치욕을 극복하고 세계적 강국이 되었다는 자긍심을 받쳐주지 못하는 소프트 파워 부재의 공허함을 '타문화의 중국화'를 통해 극복해보려는 조급성과 공격성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주도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한 한국 문화가 한류라는 당대 문화의 아이콘이 되자 중국 원조론으로 한국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이미 고조선·부여·발해 역사도 일방적으로 중국사의 일부가 됐고, 아리랑·씨름·돌잡이·회갑연 등은 조선족 문화라는 이유로, 김치·한복·삼계탕·비빔밥 등은 중국 원조론에 소환당해 중국 문화로 둔갑했다.

이러한 역사 문화적 왜곡과 침탈이 반복되고, 사드 갈등으로 불거진 한국 콘텐츠 금지령, 즉 한한령(限韓令)같이 정치·안보 문제가 경제력 무기화를 통한 중국식 길들이기의 전형이 되면서 누적됐던 한국 국민들의 불만 정서가 반중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의 성공에 따른 애국주의에 심취한 중국 젊은이들이 '굴복하지 않는 중국'을 열망하듯, 불공정에 민감한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이를 문화침탈로 여긴다. 민간 문제라며 정부 입장이 아니라는 반복되는 해명과 한국의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중국 주장은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에 대한 계승·발전시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실현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도 당연히 맞다. 그러나 이는 인류의 생활 양식이고 상징체계인 '문화'의 호환성과 독자성을 타 문화의 중국화를 통해 담보하려는 시도와는 별개다.

이번 한복 논쟁은 중국식 일방논리에 대한 한국 국민의 정서가 폭발한 현상의 하나다. 수교 30주년을 지나 미래 30년을 개척하는 이 시점에 이러한 양국의 불편한 정서가 고착돼 향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협하는 상수(常數)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유 없이 중국을 폄훼하고 악마화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을 맞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정치·경제적 이유로 한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이 상처받는 일이 생겨서는 더욱 안 된다.

향후 한·중 관계에는 현대 중국의 부상을 뒷받침을 위해 중화 문명의 유구함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적인 신중화주의 문명사관이 계속 투영될 것이다. 이는 한·중 간의 다양한 문화 갈등의 확대 가능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양국 정부가 문화 갈등이나 충돌 문제를 보다 본질적 차원에서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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