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특집 '일곱(7)곶감 무지개' 시리즈 4
  • '지방 소멸' 위기 대응
 

 

[김택환 교수]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대한민국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서울경기공화국’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필자 고향이 경북 의성으로 한때 인구가 22만명이었으나 최근 약 5만명으로 줄어 행정안전부가 소멸 지역으로 판정했다. 지금까지 역대 대선 후보들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공약을 제시했지만 ‘표 낚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지역이 소멸하는 원인은 크게 4가지 원인에서다. 먼저 지역 인구의 급감이다. 0.84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산과 더불어 지역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스 코리아’ 현상이 나타났다. 둘째, 지역 경제·산업의 소멸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주요 대기업들이 몰려 있어 86%의 경제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도 대구에서 출발했으나 현재 서울·경기도에 본사·공장을 두고 있다. LG도 마찬가지다. 셋째,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경기로 간다. 그런데 극심한 경쟁과 천정부지 집값 탓에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또한 매년 지역 청년들 10만명이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간다. 대학 서열 기준 73%(30개 대학 중 22개 대학)가 서울에 집중 분포한다. 아이러니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를 지어주는 등 ‘인 서울’ 대학 입학을 적극 지원한다. 반면 지역 대학과 지역 경제는 죽어가고 있다. 넷째, ‘반쪽’의 지방자치제도다. 인사, 재정, 법률 등 주요 권한이 청와대와 국회에 있다. 또한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주요 권력기관들이 서울에 밀집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출세와 신분 상승을 결정하는 권력, 돈, 일자리, 대학 등이 서울·경기도에 밀집되어 있으니 지역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과 경기도 집값은 폭등하고, 초저출산을 부추기게 된다. 전국 균형 발전을 넘어 20대 대선에서 ‘전국 상향 발전’을 위한 새 패러다임을 찾아 나서야 한다.
 
독일 등 선진국에선 어떤 전국 균형 발전 정책을 펴고 있는가?

독일은 헌법에 국가 균형 발전을 못 박았다. 헌법 21조에 ‘사회적 연방국가’라고 규정했다. 권력을 나누고, 경제가 전국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참의원(상원), 연방공무원 지역할당제, 재정 균형 등을 통해서다. 독일을 방문하면 전국이 골고루 발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수도인 베를린을 ‘중앙’이라 부르지도 않고, 그냥 베를린 지역일 뿐이다. 전국 균형 발전으로 독일은 G7 나라 중 가장 행복한 나라다. 출산율이 꾸준히 상승해 우리의 2배인 1.57명을 넘어섰다.

지역 소멸로 가는 일본 역시 국정 최고 목표로 지역 살리기, ‘지방 창생(創生)’을 내걸었다. 아베 전 총리부터 자신을 위원장으로 한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를 설치해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지방 창생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신설했고, 지자체들은 ‘지방 창생 5개년 계획’을 만들었다. 기시다 정부도 지방 창생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또 ‘희망출산율’로 1.8명을 제시했다.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워크 라이프 밸런스, 부모 임금 인상, 보육서비스 확충 등에 나섰다. 그 결과 2015년 출산율은 1.45명으로 반짝 상승하다가 2020년 1.34명을 기록했다. 2020년 태어난 아이들 수가 84만832명으로 우리(27만명)보다 3배가 넘는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역 소멸을 막고 전국 상향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일곱 곶감 무지개’, 즉 해법을 제안한다. 지역 소멸의 원인을 진단해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다. 먼저 ‘온전한 지방자치제’ 실시다. 연방국가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지자체가 인사, 예산, 법률, 방송권을 갖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온전한 지방자치제’를 제시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당이 의지만 있으면 못할 수가 없다. 야당도 반대할 이유도 없다.

둘째, 국가권력기관 지역 분산과 철도혁명이다. 노무현 정부가 공기업을 지역에 이전했다면, 차기 정부에서 10대 국가권력기관을 지역에 이전하는 것이다. 청와대, 국회, 헌법재판소, 대법원, 한국은행, 국세청, 검찰청, 국정원, KBS 등 주요 권력기관을 전국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전남권,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은 경북권, 국세청과 국정원은 충청권, KBS는 광주, MBC는 부산 등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독일은 헌법재판소·대법원은 카를스루에에, 중앙은행 등은 프랑크푸르트에, 공영방송 ARD와 ZDF는 함부르크와 마인츠 등에 있다. 

불운의 역사를 기록하는 청와대를 경상·충청·호남이 만나는 ‘민주지산’(삼도봉·三道峯)으로 이전해 청와대 대신 ‘통합관’으로 부르고, 지역대표부 한국판 ‘상원’을 건설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곳을 고속철도로 전국에 연결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전 유럽을 잇는 철도혁명에 성공했다. 남북고속전철추진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전국적으로 친환경 철도를 연결하자”고 말한다.

셋째, 대기업 본사·공장의 지역 분산이다. 왜 삼성은 미국 텍사스와 경기도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면서 경북이나 전남에는 공장을 짓지 않는가. 독일은 삼성에 해당되는 지멘스가 뮌헨, 벤츠가 슈투트가르트 등에 공장을 두는 등 대기업 본사·공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히든챔피언들 역시 지역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우리는 과거 잘못된 문화인 정경유착으로 인해 서울로 몰려왔다.

넷째, 한국판 ‘상원’ 신설이다. 지역 대표들로 구성된다. 독일처럼 의회에서 법령을 처리하더라도 ‘상원’(참의회)에서 승인을 받도록 해 전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섯째, 인재 양성의 지역화와 중앙공무원 지역할당제 도입이다. 서울에 있는 언론들은 “반도체 인력이 연 1500명 부족하지만 서울·경기도 대학 입학정원은 150명”이라고 비판한다. 왜 서울·경기도에서 꼭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가. 경상권·호남권 대학에 정원을 늘리고 지원하면 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려대와 6G 인력 양성 MOU를 맺었다. 왜 경북대나 전남대와는 맺지 않는가. 서울에 있는 메이저 10개 대학의 지역 이전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들 대학에 등록금을 면제하고, 기숙사를 건립하고, 다양한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 공무원의 선발을 지역 출신 할당제로 채용하자. 이미 공기업 가운데 지역 출신을 30% 채용하는 기관도 있다. 독일처럼 정부 공무원을 지역 할당제로 뽑아 지역 대학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여섯째, 새로운 재정 정책이다. 재정 균형으로 한 지역이 잘살면 못사는 지역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형태다. 통일 이후 옛 서독인들은 세금 ‘통일연대세’를 더 내고 옛 동독 지역 부흥을 지원했다.
일곱째, ‘경제·전국상향발전부’ 신설이다. 부총리급으로 차기 리더가 맡아 책임지고 업적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재정경제부를 재정부로 분리해 경제 정책을 이관하고, 국토건설부를 전국상향발전부로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다.

전국 상향 발전을 위해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다. 독일처럼 전국 상향 발전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것이다. 권력기관, 대기업 등이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 경제, 문화, 교육이 발전하게 된다. 이건희 기념관을 왜 꼭 서울에 지어야 하는가.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그 지역 중 한 도시 혹은 호남에 있는 도시에 짓는 것이 균형 발전이다.

20대 대선 시즌이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세계 최악의 자살률을 낮추고, 천정부지인 집값을 잡을 수 있고, 전국에 신경제가 꽃피고, 전 국토를 광범위하게 골고루 활용할 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이 전국 상향 발전이다. 어느 대선 후보가 추진할 것인가.

 

 



 

[통계청]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발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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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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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의 인프라 집중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더 뚜렷하게 방향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도권과 대기업 집중 투자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그 대가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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