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창 기자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연말이 되면 지난 한해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지난해를 말하는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지난해 감시하는 자들이 이권을 노리는 자들과 한통속이 된 상황이 많았다는 점에서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증시에도 이런 관계가 있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투자 수익을 원하고 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은 회사나 오너일가에 귀속되는 수익을 원한다. 입장은 다르지만 동행하는 관계, 바로 묘서동처다.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에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고양이가 드디어 발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기관의 큰손이지만 주총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국민연금은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려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판단이 주주들의 지분가치에 악영향을 끼치더라도 말이다.

국민연금이 발톱을 드러내자 기업들이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기업은 현대차와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제철, 롯데하이마트 등 최소 20곳 이상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대표소송을 위해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7개 경제단체가 "기업 벌주기식 주주 활동에 몰두하는 국민연금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 가치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결국에는 기금 수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과 주주 모두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재계 측의 의견에 동의해 주기는 힘들다. 주주대표소송의 법적인 절차를 애써 무시하고 이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주주대표소송은 먼저 주주가 회사에 소송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과정을 거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나 임원에게 소송을 하라는 요구다.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라는 요구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무조건 소송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적발 후 과징금 부과가 완료된 사안들을 주로 주주대표소송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서 참견하고 견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경영 참여가 아니라 바른 경영으로의 유도다.

결국 경영진과 이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주주들에게 끼친 손해가 있다면 이를 배상하라는 논리만 남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과연 주주의 책임인가, 경영진의 책임인가. 결국 이런 상황을 불러온 것은 주주 무서운 줄 모르고 안일한 경영으로 잇속을 챙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등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적인 결정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를 좀 무서워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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