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기술은 신약 후보물질 발견 단계부터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 단계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AI 기술 도입은 국내 제약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높은 개발 비용을 절감해주기도 하고, 인간이 수행하던 작업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분석 작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AI 기술 도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무엇보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 제도적 한계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제약사와 공공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상호 교류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제약산업의 AI 기술 도입을 이끌고 있는 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을 만나 AI 기술을 도입한 제약산업이 당면한 과제와 미래상에 대해 들어봤다.


- 컴퓨터공학과 교수로서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이미지 인식, 텍스트 인식 등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2020년부터는 제약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 '디지털 전환'이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그간 주로 제조업과 전자산업 분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자문하는 역할을 했고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병원정보화 프로세스 구축을 자문한 경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AI 모델을 기업 현안에 적용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는 유사하다. 그러나 신약 개발 분야는 여러 산업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프로세스가 길고, 결과 예측이 어렵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을 맡게 된 것은 지인을 통해 제약바이오협회장을 만나면서 이 분야에도 디지털 변환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됐다."


- AI신약개발지원센터가 제약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제약바이오협회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지난 2019년 설립한 AI신약개발지원센터는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을 하는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것을 돕기 위함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 AI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함께 다양한 수준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AI센터는 이러한 수요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개설했다.

또 제약·바이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찾는 것을 돕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AI 솔루션은 일반 제품과 달리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며, 솔루션의 성능을 미리 측정하기가 어렵다. AI 모델은 실제 데이터에 적용해봐야 성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AI 솔루션 업체의 수준을 미리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AI센터는 AI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솔루션 공급 업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킹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 AI 기술이 신약 개발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나.

"AI 기술은 후보물질발굴 단계부터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단계 전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신규 타깃(Target) 발굴, 그리고 신규 화합물을 가상으로 설계하는 드노보(De Novo) 약물 디자인 등 신약 발굴 단계에서 AI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전임상·임상 단계에서는 실험 설계, 독성 예측, 시험 자동화, 임상 피험자 모집, 시험 최적화에 활용되고, 공장 제조 단계, 인허가 의사 결정,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에까지 활용됨으로써 폭넓게 AI를 도입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AI 발전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며 향후 AI 기술의 발전 범위와 활용 가능성은 분석 능력과 데이터 교류의 상호작용으로 점차 가속도가 붙어 기존의 전자, 컴퓨팅 기술 발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약 개발과 같이 중간 과정을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AI가 도입돼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생물학적, 화학적, 의학적 현상을 AI 모델이 더 잘 예측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 신약 개발에서 핵심이 되는 AI 기술은 무엇인가.

"AI의 대표적인 기술은 인간이 지닌 지적 능력을 대체하는 예측 및 분석 모델을 인공적으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즉,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ML), 딥러닝(Deep learning) 등 컴퓨터가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학습해 성능을 향상하는 인공신경망 기술이 AI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AI 알고리즘은 이런 학습을 통해 신약후보물질 단계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물질을 탐색하고, 더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면서 임상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신약 개발 단계의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다."


- 코로나19가 앞으로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엔데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백신, 치료제 등과 관련해 AI를 적용할 만한 부분은 없나.

"당연히 필요한 분야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해당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항원을 설계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다수 있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미국의 AI 신약 개발 기업 바이오시메트릭스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머신러닝 기반 코로나19 질환 중증 발현도 예측 플랫폼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AI 항체 신약 개발 기업인 앱셀러라가 일라이릴리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AI를 기반으로 한 신약 플랫폼에 대한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한 바 있다.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AI 신약 개발 기업인 팜캐드가 국내 바이오벤처 아이진에 제공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후보물질을 활용해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최근 국내 임상 1·2a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예측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지는 실제 실험과 진행되는 임상을 통해 비교해봐야 할 것이나,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에 대한 효과 여부보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공중보건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역량을 발휘하여 환자 치료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여러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상호 교류하지 못하기 때문에 AI의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공공기관, 제약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실제로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방법이 필요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AI센터에서도 수립 중이다."


- AI 기술 접목으로 향후 국내 제약업계는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나.

"현재는 기업들이 AI를 적용한 가시적인 성공 사례를 보지 못해 AI 도입에 주저하고 있지만, 기술적 변화의 큰 방향으로 볼 때 AI 도입은 필수적이다. 며칠 전 영국 딥마인드사에서 AI 기술을 도입해 신약 개발을 돕는 회사(Isomorphic Labs)를 창업했다.

우리나라는 경쟁과 협력을 하는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선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협력하면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AI 분야는 데이터에 대한 효과적인 활용 정책과 산업 방향을 잘 설정하고 우수한 개발자를 양성하면 충분히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제약산업과 AI 기술의 접목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향후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민간 기업이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실제적인 데이터 공유를 위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AI 벤처 기업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은 각 기업의 특징별로 차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AI에 대한 이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AI가 산업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이유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DNA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기업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기업들과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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