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싸움 격화…대기업들 ‘등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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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김성현·류혜경 기자
입력 2021-11-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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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K하이닉스, 8일까지 美에 반도체 정보 제공 ‘수위’ 부담

  • 양국 수출입 규모 400조원... LG·현대차도 패권경쟁 예의주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첫 글로벌 공급망 동맹국 회의를 열자,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의연한 듯 보이지만,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수입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는 양대 교역국이란 점에서 각사마다 중장기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 할수록,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로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SK하이닉스, 8일까지 반도체 정보 제공 ‘수위 조절’ 부담백배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현대차와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14개국 정상과 함께 공급망 회의를 연 다음날 잇달아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8일까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반도체 재고 현황, 고객사 정보, 기술 기밀 등을 백악관에 보고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번 미국 주도의 공급망 회의 소식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공급망 협력을 요구한 점이 꽤 부담스럽다”며 “애초 계획했던 수위에서 정보를 제공할지, 미국 정부 눈높이를 맞춰야 할지 계산이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연내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 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인 LG그룹, 최근 최태원 회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북미시장 투자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SK그룹 등도 이번 미·중 패권 경쟁이 자사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파악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 중국 눈치도 봐야...철강업계 직격탄 우려↑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란 점을 고려, 미국을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있는 중국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 수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중국에 연간 1300억 달러(약 153조원)어치를 수출하고 1000억 달러(약 117조원)를 수입하고 있다. 2위 미국에 비해 배 가까운 규모의 수출·수입액으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 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생산·소비 기지다.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공장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양국의 패권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생산법인을 설립,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누구 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로선 양쪽 모두 주요 시장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이라며 “향후 변화될 각 권역에 맞춰 대응책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는 당장 EU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지난 1일 아침부터 회의를 열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EU산 철강제품 관세 철폐 합의가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70%인 대미 수출제한 쿼터를 100%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제한 쿼터를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미국과 EU의 동맹으로 EU의 대미 철강 수출이 크게 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아직 상세한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우리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현재의 쿼터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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