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은행권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잔액기준)는 3.42%로 올 들어 0.22%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 상승세는 역시 9개월 만에 평균금리가 0.41%포인트 오른 지난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이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연 4.15%)도 연초 대비 0.69%포인트 올랐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그동안 총 두 차례의 금리 상승기(2016년 10월~2017년 4월, 2017년 9월~2019년 3월)가 있었지만 전자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폭이 6개월에 걸쳐 0.0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후 2017년에는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22%에서 4.46%에 도달하기까지 1년 6개월여가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금리 상승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최근 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추이를 살펴보면 해당 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3.47∼4.47% 수준이던 금리를 하루 만에 상·하단 모두 0.2%포인트를 상향 조정했다. 4대은행 주택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도 두 달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연 3.31%에서 4.81% 수준을 나타냈다. 고정형 주담대와 전세대출 상단 금리 역시 각각 5%와 4%를 넘어섰다.
이처럼 은행 대출금리가 치솟는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준금리 상승 영향이 크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은행채 등 가계대출 관련 지표금리가 덩달아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8월 초 1.282%에서 올해 10월 말 2.656%로 1년 2개월 새 1.374%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0.755%에서 1.743%로 0.988%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압박 속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줄인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여파에 가계경제 및 기업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역대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 그에 따른 자산쏠림,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자 이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고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면서 대출 축소 압박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아파트담보·아파트 외 주택담보·주거용 오피스텔 담보·월상환액 고정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폭을 0.5%에서 0.3%로 축소했다. 농협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거래 실적에 따라 우대해주던 신용대출 우대금리(최대 0.3%)를 폐지하는가 하면 이달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NH직장인대출V', '올원직장인대출' 등의 우대금리 축소에 나섰다.
한편 이 같은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 가운데 최대한 빚을 내 주택 구매와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이른바 '영끌·빚투족'들의 상환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0%대인 기준금리가 내년 말 1.25%, 2023년까지 3%대에 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면서 "당국도 대출 죄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차주들의 비용부담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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