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펜시아 매각 잔혹사… 잇단 매각 실패에 담합 정황까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지훈 기자
입력 2021-10-24 1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수차례 매각 실패 끝에 주인 찾았지만…KH그룹, 복수 입찰 정황에 매각 무산 기로

한우근 KH강원개발 대표(왼쪽)와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이 지난 8월 강원도개발공사 대회의실에서 알펜시아리조트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가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듯했으나 KH그룹의 입찰 담합이 사실상 확인되면서 '매각 잔혹사'가 이어질 처지에 놓였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지난 2018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가 2009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골프장과 스키장, 호텔, 콘도, 고급 빌라 등으로 조성한 종합 리조트다.

당시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공사 기간 연장, 잦은 설계 변경, 분양 저조로 총사업비 1조6325억원 중 1조189억원이 부채로 남았고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며 201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에 따른 매각 명령을 받았다.

이후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을 위해 수차례 업무협약(MOU)을 비롯해 매각 협상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강원도시개발공사가 본격적으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에 나선 시기는 지난 2014년 말이었다. 당시 투자유치자문사 선정 용역 입찰과 기업평가 등을 마친 뒤 매각을 실시해 2016년 2개 중국 기업과 매각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중국, 미국의 갈등 고조 여파가 매각에도 영향을 끼치며 무산됐다.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됐지만 이듬해인 2017년 강원도시개발공사는 영국 및 싱가포르 기업과 매각 협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을 검토했던 싱가포르 기업은 리조트 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영국 기업은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그러나 두 번째 매각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강원도시개발공사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물 건너간 것이다.

이후 잠잠했던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은 지난해 1월 다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매킨리(Mckinley)가 컨소시엄을 꾸려 자산 및 회계 실사 협약을 체결하고 매각 관련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매킨리 컨소시엄은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계약이행보증금을 입금하기 어렵다며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다 무효 처리됐다.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가 무산되자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는 결국 지난해 10월 말 알펜시아 리조트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차뿐만 아니라 4차 공개매각 모두 유찰됐다. 지난해 10월 처음 진행된 1차 공개경쟁입찰에서는 여러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본입찰에 한 곳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고 2차와 3차, 4차 매각도 모두 유찰됐다. 이 과정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가격에 10~20% 할인이 적용되면서 1조원대였던 매각 가격은 3차 입찰 당시 10% 할인, 4차 입찰 당시 20% 할인이 적용돼 7000억원대로 떨어졌다. 결국 5차로 이어진 공개 매각에서 KH강원개발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낙찰 가격은 7100억원이다.

하지만 KH그룹이 알펜시아 입찰 과정에서 KH강원개발과 KH리츠를 복수로 참여시킨 정황이 드러나며 5차 공개매각 역시 무산될 기로에 놓인 셈이다.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는 수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 끝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팔 수 있게 됐지만 1조원에 달했던 매각 가격이 7100억원으로 줄면서 '헐값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사단법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총사업비 1조6325억원이 투입된 알펜시아 리조트는 이 중 1조189억원의 빚으로 건설됐다"며 "각종 회원권과 원금, 이자 비용 등을 합하면 최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도민 혈세가 날아간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헐값 매각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와 인접한 용평리조트 때문이다. 용평리조트는 코스피 상장사로 지난 22일 기준 시가총액이 2869억원이다.

두 리조트 모두 45홀 골프장과 워터파크를 갖추고 있지만 총 객실수에서 차이가 크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총 객실수는 870호실, 용평리조트의 총 객실 수는 2028호실이다. 또 스키장은 알펜시아는 슬로프가 6개에 불과하지만 용평리조트는 21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알펜시아 리조트의 매각이 지지부진 했던 것도 인프라 측면에서 열세면서 용평리조트의 두배가 넘는 가격을 원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