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가계대출…연말 대출 절벽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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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9-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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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대출 수요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의 올해 대출 관리 목표인 연 5~6%에 육박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이 10조원도 채 남지 않게 됐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어,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가계대출 급증에 은행들 속속 신규 취급 중단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세 여파에 따라 오늘(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신용대출 한도를 한시적으로 하향조정해 운영한다.

우선 전세자금대출은 임대차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금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에서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를 전셋값 증액분 범위 내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역시 우선변제보증금 보증 관련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이 한시적으로 제한된다. 국민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과 보증 가입 제한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000만원, 지방 광역시의 경우 2300만원 상당의 대출 한도 축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집단대출의 경우 입주 잔금대출 취급시 담보조사가격 운영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했다면 오는 29일부터는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가운데 낮은 한도가 적용되는 식이다.

타 은행에서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도 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타행 기취급 대출 상환조건부 신규대출' 취급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이같은 대출 축소 움직임은 은행권 전반의 대출 증가세 확대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일 기준 168조9222억 원으로 지난해 말(161조8557억 원)보다 4.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타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목표치(연 5~6% 증가율)에 도달한 데 이어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마저 한계에 달한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타행의 대출규제 영향으로 은행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어 가계대출 적정 관리를 위해 한도를 한시적으로 축소 운영하게 됐다"면서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일부 대출 상품의 취급을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MCI, 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앞서 NH농협은행도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농협은행이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데는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5%를 넘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은행들의 가계대출 한도도 금융당국의 올해 관리 목표인 연 5~6%에 육박한 상황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700조원을 넘어섰으며, 목표치까지는 10조원 가량 남은 상태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은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연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하기도 했다.
◆초강력 가계부채 대책 예고에 실수요자들 발동동

문제는 금융당국이 다음달 초강력 가계부채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다음달 발표할 가계부책 대책과 관련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지속적,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가 과도한 부채와 자산 가격 폭등 등을 확산시킨 만큼, 같은 위험 요인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리스크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강도 높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나 글로벌 금융 불균형 누적에 따른 리스크를 흔히 '폭탄'에 비유하곤 한다”며 “이렇게 비유되는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려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위험물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사전에 안전하고 확실하게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이 과정에서 경각심을 제고해 위험에 대해 사람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대출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앞으로 상황이 변하더라도 본인이 대출을 감당하고,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며 “10월 중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도 이런 상환 능력 평가의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 추가 대출 규제를 발표하게 될 경우 대출 절벽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의 추가 규제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DSR 규제는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적용 대상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총 대출이 2억원을 넘어서는 대출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전방위 대출 옥죄기가 예고되면서 결혼과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은행들의 대출 중단 리스트에 전세자금대출도 일부 포함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농협은행은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신잔액 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전세대출과 관련한 대출 규제는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 제한에 관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세자금대출은 실수요와 연결된 측면도 있고 전세대출의 여러 조건이 좋다 보니 많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어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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