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구글의 크롬 끼워팔기, 공정위는 어떻게 볼까

임민철 기자입력 : 2021-09-18 22:45
구글이 변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맺은 제조사에게만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의 핵심인 '플레이스토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최근 드러났다. 공정위는 구글이 AFA 조항을 근거로 변형 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삼성전자), 스마트스피커(LG전자), 스마트TV(아마존)의 출시를 막고 시장지배력을 다졌다고 봤다.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가 신제품에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를 정식으로 탑재하려면 구글과 세 가지 계약을 해야 했다. 하나는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OS를 미리 제공받는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스토어·검색·브라우저·메일 등 구글의 모바일앱 묶음(GMS)을 선탑재할 수 있는 '모바일앱배포계약(MADA)'이다. 이 두 계약을 위한 전제조건이 AFA 체결이었다.

AFA를 체결하면 제조사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안드로이드를 활용하는 '포크(fork)' 버전을 만들거나 쓸 수 없다. 기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또는 포크 버전 중 어느 것을 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또, 포크 버전 기기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위한 앱 개발도구를 다른 파트너나 외부 개발자에게 배포할 수 없다. 이는 포크 버전 기기의 출시와 이 기기를 위한 앱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다.

이렇게 구글과 AFA를 체결한 기기 제조사의 모바일 기기 시장 점유율은 2010년 45%에서 2019년 87%가 됐다. 공정위는 AFA 체결 기기 제조사가 많아지면서 포크 버전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할 길은 더 좁아졌고, 사실상 그럴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이것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7%에 달하게 된 배경이라고 봤다.

공정위 발표 내용엔 빠졌지만,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도 MADA에 포함되는 GMS 앱 가운데 하나였다. 어찌 보면 크롬도 끼워팔기 방식을 통해 모바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린 앱에 해당한다. IT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통계에서 작년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점유율은 63%로, 모바일 OS 시장의 안드로이드 점유율 73%과의 차이가 10%P에 불과하다.

사용자는 기기에 선탑재된 크롬이 기본 브라우저라면 이걸 그대로 쓸 가능성이 가장 높고, 다른 브라우저가 지정돼 있어도 다른 구글 서비스 관련 앱 등의 가이드나 유도로 크롬을 실행했을 때 기본 브라우저를 변경할 여지가 많다. 삼성 갤럭시 기기처럼 제조사가 직접 개발한 브라우저를 선탑재해 제공하는데도 크롬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큰 배경이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2013년 출시됐는데, 그 이전까지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별도의 모바일 브라우저를 탑재해 제공했다. 안드로이드용 크롬이 출시되기 직전인 2012년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이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의 점유율은 24%에 달했다. 그 해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27%였다. 당시 파이어폭스·오페라 등 대안이 있었음에도 잘 쓰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조사에서 드러났듯 구글은 제조사와 MADA를 체결하고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크롬 브라우저 선탑재를 유도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 앱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시장에서 윈도 OS에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결합한 것처럼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자의 출현과 혁신을 저해한 사례가 될 것이다.

과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MS의 IE 선탑재 행위를 '끼워팔기'로 규정하고, 소비자가 최초 OS를 설치할 때 경쟁사의 기본 브라우저를 골라 내려받을 수 있도록 추천하는 '선택화면' 기능을 넣으라고 MS 측에 주문했다. 3년 전에는 구글 안드로이드에도 검색·브라우저 앱 끼워팔기 혐의를 적용해 안드로이드 기기에 구글검색과 크롬의 경쟁 앱 선택 기능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같이 명령한 뒤, 구글은 유럽 지역에서 판매되는 기기 대상의 GMS 라이선스에서 구글 검색과 크롬 앱을 제외하고 있다. 구글은 GMS 공식 웹사이트에서 '두 앱을 라이선스할 제조사는 따로 문의하라'고 안내한다. 현지 경쟁당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묶음이 아닌 별도 앱 단위의 계약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정위는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항을 구글에 적용해 잠정 규모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MADA(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와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앱마켓 경쟁제한, 인앱결제 강제, 광고 시장 관련 건 등을 구글과 관련해 조사·심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에 광고는 최대 수익원이고, 검색 앱과 브라우저는 광고를 보여주고 직접적인 광고수익을 창출할뿐아니라, 타깃광고용으로 가공·판매할수 있는 데이터 수집과 다른 온라인서비스의 유입 통로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덕에 구글 검색이 한국에서 '다음'을 따돌리고 네이버를 추격할만큼 급성장했다는 인식이 있는데, 공정위는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사진=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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