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카카오?… 중기‧소상공인 “상생 아닌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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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9-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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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상권 상생안 내놨지만… “면피성 대책” 비판

  • 택시‧대리운전업계 “카카오 대책 실효성 없어”

카카오가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사진=연합뉴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카카오가 상생 방안을 내놨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치권과 여론의 공세에 떠밀려 내놓은 면피성 대책일 뿐 정작 논란이 된 분야에 대한 상생 내용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택시‧대리운전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도 반영되지 않아 업계와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지난 14일 발표한 상생 방안엔 △일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카카오가 철수하는 사업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등 일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은 분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택시·대리운전 등 골목상권에서 마찰을 빚어온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고, 미용실‧네일숍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헤어샵에 대한 내용은 이번 상생안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택시업계 “요구사항 반영 안돼··· 가맹 택시 유입만 늘릴 듯”

택시업계는 이번 상생안이 실효성 없다고 지적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상생안을 통해 돈을 더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가입한 택시기사에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 요금도 기존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스마트호출을 없애도 비슷한 유료 호출 서비스인 ‘T블루(카카오 가맹택시)’는 그대로 남아 오히려 가맹 택시 호출로 유입을 늘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스마트호출을 폐지한 것은 승객들의 선택권을 일반호출과 T블루 호출로 한정시켜 기존의 유료서비스 이용 승객들을 통째로 T블루 호출로 유입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배차 담보, 수수료율 인하 등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사항도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택시노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프로멤버십을 폐지하지 않고 단지 가격 인하에 그친 것은 여전히 돈 받고 줄 세우기식 불공정 배차가 계속될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방안이 단순히 여론 무마용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리운전업계 “수수료 내리면 중소업체 다 죽는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카카오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대리운전업계 역시 이번 상생안에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를 기존 20% 고정 수수료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의 변동 수수료로 바꾸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리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전보다 늘어나게 되지만, 대리운전업체들은 오히려 카카오에 기사를 뺏기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대리운전 평균 수수료는 20%인데 이중 업체가 가져가는 순수익은 3.5%다. 내년부터는 고용‧산재보험이 의무화 돼 수익이 더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수수료를 내리면 중소업체는 다 죽는다”며 “카카오의 이번 발표는 상생이 아니라 독점 체제를 더욱 견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중소업체의 줄도산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장 회장은 “2016년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는 약 6000개의 대리운전 회사가 있었지만 현재 절반이 사라지고 3000개가 남았다”며 “카카오는 지난달 국내 전화콜(전화를 통한 대리운전 호출)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인수했다. 카카오의 시장 독점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전국대리기사총연합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진입 초기에 수수료를 10% 이상 받지 않겠다며 사기를 친 전례가 있어 수수료 차등 적용 등의 방안이 지켜질 거란 보장이 없다”며 “대리기사들의 노동력을 갈취하지 말고 골목상권인 대리운전 시장에서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맹이 빠진 상생안··· 업계 갈등, 정치권 공세 이어질 듯


결국 카카오의 상생안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담기지 않았으며,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졸속 방안일 뿐이라는 게 소상공인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카카오는 향후 가맹 택시 사업자, 대리운전사업자와 논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마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협의에서 택시‧대리운전업계가 요구해온 내용이 이번 상생안에 담기지 않은 만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일관한 면피용 대책”이라며 “공정위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있고 김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다급하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소공연은 “카카오가 사업을 한두 개 접었다고 해서 골목상권 침탈 야욕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며 “진정성 있는 상생을 내세우고 싶다면 대리운전과 헤어샵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고, 여타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진출 중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계속해서 카카오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의 상생안엔 막강한 플랫폼을 이용한 독과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쏙 빠졌다”며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생태계 파괴 실태 및 상생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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