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쉼 있는 시간여행, '고택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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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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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범 머문 강화 '대명헌'...한옥에 베란다·헤링본 무늬마루 등 이색 정취 물씬

  • 음양오행 구현한 '조견당' 안채·운현궁 닮은 '수애당'...양반가 기품 고스란히

  • 관광공사, 숙박업소 49곳 'KQ프리미엄 인증'...한옥체험·방역위생 '안심여행'

아귀가 맞지 않는 문짝, 발이 닿는 곳마다 삐걱대는 마룻바닥, 웃풍 심한 방,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자란 잡초까지······. 어느 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 것 없는 고택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낯섦이 주는 가치'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고택에 스며든 이야기는 불편함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아마도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저물녘 햇살이 은은하게 스민 문을 바라보는 때만큼 행복한 시간이 있었을까. 그윽하고 아늑한 공간 '고택'에서 지내는 시간, 마음에 여유와 행복을 안긴다. 
 

남문한옥 대명헌 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백범 김구 선생과의 인연···남문한옥 대명헌

인천 강화에는 남문한옥 대명헌(이하 대명헌)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1898년 인천 감리서를 탈옥한 김구 선생은 자신의 구명에 힘쓴 김주경을 만나기 위해 강화도로 왔지만 김주경과 만남은 불발됐다. 그는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구 선생은 자리를 뜨지 않고 김주경의 집 인근에서 서당을 열어 3개월 동안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계몽운동을 펼쳤다. 당시 서당이 있던 자리에는 '대명헌'이 들어섰다. 이후 강화를 떠났다가 1947년 이곳을 다시 찾은 김구 선생은 자신의 동지들과 함께 대명헌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명헌은 'ㄱ'자형으로 지은 근대 한옥이지만 곳곳에 영국식 건축양식이 눈에 띈다. 한옥에 서양식 건축기법을 적용한 것은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었다. 1900년에 세운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제424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18년 공사를 시작해 꼬박 10년에 걸쳐 집을 지었다. 대명헌 건축에는 궁궐을 짓는 도편수가 고용됐으며, 목재는 모두 백두산에서 뗏목으로 실어 나른 잣나무를 사용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 중건에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과 비교해도, 도편수를 고용하고 백두산 잣나무를 사용한 것만 봐도 이 집에 들인 정성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대청을 중심으로 왼쪽에 2칸으로 나뉜 안방이, 오른쪽에 사랑방과 누마루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안방과 이어진 부엌 위 다락방에는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발코니가 설치됐다. 영국식 건축양식은 대청과 누마루 바닥, 유리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안방과 툇마루 사이에 베란다를 두고 붙박이장을 설치한 공간 구성도 퍽 인상적이다. 붙박이장에는 90년 이상 된 식기와 커피잔 등이 가득 찼다.

대청과 누마루 바닥은 빗살 형태의 헤링본 무늬로 마감했고, 크리스털 유리문은 색유리와 부식기법으로 멋을 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근대한옥 안의 서구적 건축양식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김구 선생이 머문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다. 하루 두 번, 문화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대명헌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색유리로 장식한 이국적인 누마루에 앉아 여유롭게 즐기는 아침 식사는 대명헌에서 머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대명헌에서는 1일 1회 이상 방역소독을 실시하며, 환기를 통한 청결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200여년 역사를 품은 조견당 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200여년 역사 품은 고택···조견당

술이 솟아나는 샘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강원 영월 주천면에는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 조견당이 자리하고 있다. 1827년 완공된 한옥 고택이다. 

조견당은 1680년대 숙종 초기에 이곳에 터를 잡았던 김낙배 일가가 대를 이어 살다가, 그의 증손자에 이르러 부지를 크게 확장해 새로 지은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120칸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조견당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아픈 역사를 거치며 많은 부분을 잃었다.

조견당 안채는 갖은 풍파 속에서도 20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견뎌냈다. 건물 곳곳에서는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면면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들보다. 수령 800여년에 달하는 소나무를 인근 지역에서 이곳까지 옮겨와 실력 좋은 목수가 아치 형태로 둥글게 다듬어서 올렸다.

벽면과 합각에 해와 달, 별 등을 조형해 음양오행을 구현하기도 했다. 전통 한옥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조견당은 안채와 안사랑채, 바깥사랑채, 별채 등을 숙소로 운영하고 있다. 안사랑채, 바깥사랑채, 별채 등은 새롭게 복원했다.

전통 가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안채는 안방과 건넌방이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구조로 이뤄졌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됐다.

고택 특성상 집 안에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 약간 불편할 뿐, 아늑한 고택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안사랑채는 한옥의 느낌을 살린 현대식 가옥이다. 가장 편의성이 두드러진다. 바깥사랑채는 서재를 갖춘 큰 방 1개와 정사각형의 작은 방 3개가 별도의 객실로 구성됐고, 별채는 주방이 딸려 있어 취사도 가능하다. 
 

조선 말기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류진걸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수애당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범상치 않은 분위기 고스란히···수애당

달빛이 내려앉은 고택 대청마루에 앉아 살며시 눈을 감는다. 적막을 뚫고 전해지는 바람 소리, 바람에 실리는 풀 내음에 가슴이 설렌다. 그 설렘은 계절마다 고택을 찾고 싶은 이유를 선물한다. 경북 안동의 수애당이 딱 그런 느낌이다.

이곳은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방문객을 맞는 웅장한 대문만 마주해도 그런 느낌이다. 경상북도 문화재인 수애당은 조선 말기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류진걸 선생의 호인 '수애'를 따서 지었다.

수애당 건축을 총괄한 이는 흥선대원군이 거처했던 운현궁을 보수한 대목수다. 그래서인지 운현궁과 비슷한 구조다. 남향인 대문채를 중심으로 'ㄷ자'로 배치해 아늑함을 더했다. 조선 말기의 건축양식을 잘 간직한 수애당은 춘양목으로 지어져 보존상태 또한 훌륭하다. 

한옥에서 양반가의 기품이 느껴진다. 고택과 그 앞의 '임하호'가 빚은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춘 곳이다. 특히 침구류는 주인장이 세심히 신경을 쓴다. 광목천의 목화솜 이불을 매일 교체하는 주인장의 까다로움 덕에 방문객은 맨살에 닿는 까슬한 느낌에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어스름 짙은 시간, 수애당의 매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해물파전과 안동소주 1병을 차려낸 주안상을 받아 대청마루에서 한 잔 음미하다 보면 풍류를 즐기던 사대부 양반이 된 듯 오묘한 기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린 조용한 밤, 고즈넉한 분위기를 타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조식을 따로 신청하면 고택 안주인이 직접 가꾼 텃밭에서 재배한 나물로 직접 반찬을 만들고 노랗게 강황밥을 지은 건강한 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아침에 활기를 더하기 제격이다.

◆코로나 시대 고택의 품격 높이는 필수 조건 '청결'

코로나19 시대는 좋은 숙소를 결정하는 방법이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위생'과 '방역'이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이런 점에서 대명헌과 조견당, 수애당 등 소개한 숙소 세 곳은 머물 이유가 충분하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고택인 동시에 모두 '한국 관광 품질인증 숙박업소'로 인증받은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부터 시설과 서비스, 안전, 위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항목의 평가를 통과한 관광업소에 한국 관광 품질인증제도 'KQ(Korea Quality) 인증'을 해오고 있다. 

인증신청 대상 중 숙박업이나 한옥체험업소가 △위생 △종사자 청결 △외국어 가능 인원 확보 등 프리미어 등급 필수 기준을 충족한 후 1·2차 현장평가 총점(800점) 중 90% 이상을 만족하면 프리미엄 등급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 KQ 프리미엄 인증을 받은 국내 업소는 49개소다. 최근에는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가 울릉도 최초로 한국 관광 품질인증 숙박업소에 이름을 올렸다. 

인증 기준이 엄격한 만큼 KQ 인증을 받은 업소는 컨설팅과 방역 서비스까지 지원받는 덕에 코로나 시대에 여행객 입장에서 좀 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영국식 헤링본 무늬로 마감한 대명헌 대청바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ㄱ'자형 구조로 지어진 대명헌[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복원한 조견당 바깥사랑채[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양반가의 기품이 느껴지는 수애당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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