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래블 룰(Travel RULE)’ 시행을 앞두고 코인 입출금 중단 논의가 거세지면서 거래소를 중심으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인 입출금 중단을 결정할 경우 시세조종(가두리 펌핑), 투자자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실명계좌 제휴 열쇠를 쥔 은행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으로부터 ‘코인 입출금’ 중단 요청을 받은 빗썸과 코인원은 아직 농협은행에 관련 답변을 전달하지 못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다른 거래소로의 코인 입·출금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화폐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국내 특금법 시행령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과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국내에서 트래블 룰은 관련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에 따라 내년 3월 25일부터 적용되는데, 농협은행 측이 자금세탁 방지를 이유로 선제 대응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거래소 업계는 실명계좌 제휴 주도권을 쥔 농협은행의 요청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코인 입·출금 중단 결정을 내릴 경우 각종 부작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거래소로의 코인 입출금(이동) 중단에 따른 ‘가두리 펌핑’ 발생이다. 가두리 펌핑은 코인 입출금 중단에 따라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막히면서 일부 거래소에서만 코인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통상 전 세계 거래소의 코인 가격은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이 맞춰지기 때문에, 거래소 간 입출금이 원활해야 코인 가격이 거래소마다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일례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A 거래소에서 싸고, B 거래소에서 비싸다면 차익거래자들은 A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 B 거래소로 이동해 매도하는 식이다.

그러나 트래블 룰을 이유로 코인 입출금이 중단되면 해당 거래소에서는 코인 공급 물량이 떨어지는 반면, 팔려는 수요는 늘어 코인 가격이 글로벌 시세와 연동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다른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가 불가피해 투자자는 극심하게 벌어진 가격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으며, 향후 코인 입출금이 재개되면 상승한 가격이 다시 글로벌 시세 수준으로 자연스레 떨어지면서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시세조종의 일종인 가두리 펌핑 우려를 알면서도 입출금 제한 조치를 내린 거래소는 사기죄의 방조 등의 처벌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코인 입금 자체를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거래소 업계 중론이다. 투자자가 코인 입출금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입출금 중단이 강제 사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실명계좌 제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은행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최종 결론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코인 입출금 중단이 결정될 경우 일부 거래소의 거래량이 급락해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이 무의미한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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